Self-Care essay③-치우치지 않는 나로 살기 위한 밸런스 싸움
어제 서울에 어마어마한 첫눈이 내렸다. 첫사랑이나 첫눈의 낭만 이런 것들을 떠올리기엔 와도 와도 너무나 많이 왔다. 그렇게 늦더위가 길더니만 첫눈은 11월에 18cm라는 기록적인 폭설로 내렸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이제 날씨도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인가? 폭설이 내린 밖으로 나가보니 가장 먼저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 싸움이란 말이나 힘으로 상대방과 다투는 것을 뜻하고, 싸움의 주된 목적은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눈싸움은 이기려고 겨루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눈싸움은 뭉친 눈을 던져서 상대방을 맞히거나 상대방의 몸에 눈을 뿌리는 행위로 싸움보다는 놀이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왜 ‘눈+놀이, 눈+맞히기, 눈+던지기’라고 하지 않고 ‘눈+싸움’이라고 했을까? 서로 즐기려고 시작한 놀이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원하는 놀이라면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놀이로 시작했지만 자칫 선을 넘으면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어서일까?
눈싸움으로 시작된 ‘싸움’에 대한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싸움’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니, 무섭고 두려운 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는 싸움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이겼던 싸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싸움이란 나와는 앞으로도 상관없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싸움’이라는 것을 굉장히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싸움이라는 것도 세상 이치와 같아서, 좋은 면이 있으면 안 좋은 면도 있는 법이다. 무엇이든 틀에 박히지 않은 기준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싸움에도 좋은 면이 있을 것이다. 싸우다가 정들었다는 커플도 있고,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미국의 유명한 고민상담 칼럼니스트 앤 랜더스는 싸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부부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이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절대 사악하거나 잔인하지 않아요. 좋은 싸움은 건강하고 건설적이며, 결혼 생활에 평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원칙을 세워 줍니다.”
그간 받아 온 교육이 문제인지, 살면서 겪어 보지 않아서인지, “좋은 싸움”이란 여전히 나에겐 낯설고 어렵다. 그렇지만 좋은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 것 같다. 이렇듯 싸움도 좋은 싸움과 나쁜 싸움이 있기 마련인데, 왜 내 머릿속은 나쁜 싸움으로만 가득 차있었던 것일까? 비단 ‘싸움’의 세계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대상들도 내 맘대로 ‘좋은 것/나쁜 것’으로 나누고 한쪽에 치우쳐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