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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작가일까?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산소쌤

나는 과연 작가일까?

40년 교직 생활 동안 수많은 기록과 보고서를 써 왔지만, 그것은 세상에 전하고 싶은 글은 아니었다. 퇴직 후 교육 현장을 잠시 잊고 지내던 중, 2023년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접하며 다시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기록해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이 결국 전자책 《청소년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 책은 부모교육 강의로 확장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나에게 ‘어설픈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아직은 전자책 두 권과 종이책 공저 한 권뿐이라 작가라 부르기에는 망설여지지만, 멈추지 않는 글쓰기의 욕구만큼은 진짜다.


40년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

돌아보면 내 삶은 늘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교육 속에 있었다. 교사와 교감, 교장으로 지낸 40년 동안 교실과 교무실, 교장실은 언제나 나의 무대였다.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997년부터 상담을 공부했고, ‘부모가 성장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믿음으로 부모교육을 이어왔다.

현장에서 나는 분명히 보았다. 가정의 사랑과 돌봄이 아이의 뿌리가 되고, 학교는 그 위에 인성과 질서를 더한다는 것을. 가정은 안정감을 주고, 학교는 부딪힘 속에서 배우게 한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아이는 건강하게 자란다. 어떤 아이는 부모의 사랑 속에서 빛났고, 또 어떤 아이는 가정의 그늘에 눌려 힘겹게 버텼다.

그 수많은 모습이 내 가슴에 깊이 새겨져 결국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실제 사례로 40꼭지를 정리해 두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기록의 의미와 사명감

아쉬움이 있다면, 그때그때 현장의 모습과 느낌, 배움을 차근차근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이, 더 빠르게 글로 남겨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글이 도움이 될 수 있고,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지 내가 본 현실과 그때의 느낌을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기록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로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 "나도 부모로서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내 글에서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부모가 되어 얻은 새로운 시각

퇴직 후 자유를 꿈꾸었지만, 손주 육아가 내 삶을 다시 분주하게 했다. 둘째 딸의 쌍둥이와 큰딸의 세 아이를 돌보며 부모 역할의 무게를 새삼 깊이 느꼈다. 그 시간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 부모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값진지를 이제야 진심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청소년기 부모 이야기만이 아니라, 유아기에서 성인기까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전 생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그것이 앞으로 내가 오래도록 글을 써야 할 이유이며, 작가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


작가로서의 다짐과 꿈

꿈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오래도록 건강해야 한다. 몸의 힘과 글의 힘을 함께 기르기 위해 더 배우고 더 노력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글에 대한 열정만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매일 이른 새벽, 고요한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오늘의 부모와 교육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현재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려 한다. SNS 세대의 소통 방식을 배우고, 젊은 부모들의 고민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사실을 느끼며, 그 공통된 마음을 글로 담고 싶다.

글을 쓰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독자들의 반응을 받을 때다. “선생님 글을 읽고 위로받았어요.”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 말들이야말로 나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내는 원동력이다. 나는 여전히 ‘작가’라는 이름이 쑥스럽지만, 이제는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내가 살아온 길,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지금 조부모로서의 육아까지 진솔하게 기록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언어로 마음을 전하며, 누군가의 삶에 작은 빛을 더하고 싶다. 결국, 글쓰기는 나를 위한 기록을 넘어,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일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 길 위에서 진정한 작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내가 품은 소중한 작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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