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핀 인연의 불빛.

by leolee

칭다오의 여름밤은 어느새 무거운 습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씨씨가 떠난 후 나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방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낮에는 대학생들과 수업을 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지만, 해가 지고 나면 방 안은 쓸쓸한 정적에 휩싸이곤 했다. 그런 나에게 ‘저녁반’ 수업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의미했다.


"성인반이요? 늦은 저녁 수업인데, 신청자가 꽤 많네요."


학원 원장이 내게 수업 일정을 보여주며 말했다. 수업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일주일에 세 번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어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는 것에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낯선 만남,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 첫날, 나는 약간 들뜬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작은 교실 안에는 총 7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낯선 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오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게 될 선생님입니다. 이름은...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하나씩 살폈다. 그리고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먼저 입을 연 건 린펑, 조선족 남자였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는 느릿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조선족이에요. 근데, 말은 좀... 잘 못해요. 말은 해요. 그런데... 한국어, 더 잘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는 조심스러움과 함께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했다.


두 번째로 소개에 나선 사람은 단정한 정장을 입은 여성, 우려(于麗)였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지금은 일하고 있고... 한국어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법 관련 뉴스나 논문 같은 것도 읽고 싶고요. 아직은 취미지만,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그녀는 매끄러운 중국어 발음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수업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었다. 나는 속으로 '이 수업을 이끄는 중심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두 남자가 차례로 소개했다.

장하오는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청년이었다.


“저는... 란저우에서 왔어요. 원래는 다른 일 하다가, 칭다오에 잠깐 머물게 됐어요. 뭐, 시간이 남아서 배우고 있어요. 한국어, 나쁘지 않아요.”


그는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말투로 자신을 설명했다. 확실히 큰 욕심은 없어 보였지만, 수업에 대한 기대는 엿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류지에, 장난기 가득한 눈매의 남자였다.


“저는요... 할 게 없어서요. 그냥 뭐라도 배워야겠다 싶었어요. 친구들이 다 영어 배운다 그래서 저는 한국어 해보자 싶었죠.”


학생들 사이에 작은 웃음이 터졌고, 나는 그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나머지 세 명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 방과 후 시간이 남는 것을 활용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학원에 등록한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아직 어색했지만, 밝은 눈빛으로 교실 분위기를 밝히고 있었다.


이렇게, 아주 다른 여섯 명과 나는 매주 저녁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나이도 비슷했고 나라는 달랐지만 낮반의 어린 학생들과는 좀 다른 친근한 느낌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 우려라는 여성은 나의 시선을 자꾸 끌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직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날 밤 교실에 켜진 형광등처럼, 작고 따뜻한 불빛 하나가 마음속에 깜박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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