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이 만든 인연의 시작

by leolee

그날도 평소처럼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저녁반 학생들과 중국인 선생, 그리고 나.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에게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반복되는 수업과 식사, 대화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일상의 작은 가족이 되어 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헤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말했다.

“오늘따라 헤어지기 아쉬운데요. 우리 노래방 갈까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식당 근처에 있는 작은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조명이 반짝였다. 메뉴판을 넘기며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이야기하던 중, 우려 씨가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은 한국 노래만 부르세요?”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요즘엔 중국 노래도 자주 들어요. 특히 萧敬腾(샤오징텅) 노래를 좋아해요.”


그 순간이었다. 우려 씨의 눈빛이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정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예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선곡용 키오스트로 곧바로 그가 부른 「好想对你说」를 검색했다. 전주가 흐르고 마이크를 든 순간, 내 심장도 함께 두근거렸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뿐인데, 왜 이리 떨릴까.


그녀의 시선이 계속 내게 머물렀다. 마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감정을 함께 나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눈빛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기쁨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순간, 그녀와 나만의 조용한 교감이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노래가 끝난 후, 박수가 터졌고, 우려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선생님, 이 노래 부르는 사람 처음 봤어요. 이 노래, 가사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요. 저도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좀… 묘해져요.”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조금 더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가볍게 시작된 대화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주 음악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수업 후 자연스럽게 서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쉬는 시간에도 우연인 듯 아닌 듯 눈이 마주치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웃을 때 나도 따라 웃게 되었고, 내가 말을 건넬 때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였다. 그 미묘한 변화들은 마치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사람처럼 편안하고 따뜻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건 그냥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녀의 말투, 눈빛, 그리고 말끝에 남는 여운들이 나를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단순히 학생과 선생의 관계로 시작된 인연이,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금 더 개인적인 영역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달라졌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 역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노래 한 곡이, 나에게 작은 시작을 선물해 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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