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우려 씨는 평소보다 조용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하실래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제가 오늘 밥 얻어먹는 날이네요.”
식당 안은 따뜻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무거워 보였다.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오늘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수업 때 엎드려 있었던 거, 선생님도 봤죠?”
“응, 그래서 제가 사무실에서 옷 가져다 드렸잖아요. 교실이 좀 추웠죠.”
그녀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따뜻했어요. 고마웠어요.”
식사를 마친 우리는 식당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혹시 클럽 같은 데 가본 적 있으세요?”
나는 살짝 놀란 듯한 얼굴로 웃었다.
“가끔은요. 자주는 아니지만… 왜요?”
“오늘 한번 가볼래요? 오랜만에 좀… 시끄러운 데 가고 싶어서요. 제가 낼게요.”
그렇게 우리는 택시를 타고 도심의 큰 클럽으로 향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쏟아지는 입구, 붉은 불빛 아래 줄지어 선 사람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귀를 때리는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
서로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아, 휴대폰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 나: 괜찮아요?
– 우려: 생각보다… 시끄럽네요. 적응이 안 돼요.
– 나: 저도요. 우리 그냥 나갈까요?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탔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차 안에는 말없이 흐르는 노래만이 공간을 채웠다. 서로 한참을 말없이 창밖을 보던 중, 그녀가 불쑥 말했다.
“선생님, 우리 어디로 갈까요?”
나는 되물었다.
“우려 씨는요? 집에 데려다 드릴까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갈래요?”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도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해버렸다.
“… 아차, 열쇠 안 가져왔어요.”
그녀는 잠시 멍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요? 지금 그게 대답이에요?”
“네… 말도 안 되는 대답이었죠.”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말도 안 되는 밤이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빗속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서로의 방향을 어렴풋이 확인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숨겨진 감정이 묻어나는 밤. 열쇠는 없었지만(?), 무언가가 조금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