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은 택시가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손등에 묻은 빗방울보다, 그녀와의 거리감이 더 묘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나무 향과 그녀의 체온이 뒤섞인 공기가 먼저 나를 맞았다. 그녀는 말없이 현관 불을 켜고,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신발 벗고… 그냥 편하게 있어요.”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거실에서 조명을 낮추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서 건넨 말.
“샤워 먼저 해요. 옷은 여기.”
작은 손에 들린 흰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받아 들며, 그녀의 손끝이 내 손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아주 사소한 접촉에도 심장이 두 번 세 번 뛰는 걸 느꼈다.
샤워 후, 그녀가 준 옷을 입고 나왔을 때, 그녀는 얇은 슬립 원피스를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마르지 않은 채였고, 눈은 피곤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또렷했다.
그녀는 갑자기
"난 좀 졸리네.. 먼저 잘게요. 저 방 가서 쉬면 돼요."
방으로 들어갔고,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났다.
나는 좀 아쉬운 마음에 리모컨을 들었지만, 버튼이 낯설었다.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었고,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그녀에게 보냈다.
– “저기... 이거…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네요.”
– “그럼… 들어와요. 알려줄게요.”
분명히 문은 닫혀 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문고리를 돌렸는데 신기하게 잠겨 있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서자, 그녀는 침대에 앉아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명은 벽 쪽에서 은은하게 흘렀고, 커튼 틈 사이로는 아직 빗소리가 들려왔다.
“이 버튼이에요. 근데… 굳이 TV 보려고 온 건 아니잖아요?”
그녀의 말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내가 앉자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 허리로 다가왔다. 미묘하게 떨리는 손끝이 셔츠 위로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숨소리 하나까지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내 등을 감싸 안았다. 아주 조심스럽고, 또 절박하게.
그녀는 나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런 감정, 정말 오랜만이에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눕혔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입술로 그녀의 귀 끝을 닿듯이 훑었다. 그때, 아주 작게 그녀의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숨, 그 안에 억눌러 있던 외로움과 그리움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 소리는 나를 무너뜨렸고, 더는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체온에 빠져들었고, 촉감 하나하나가 기억에 새겨지는 듯했다. 창밖으로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방 안은 점점 더 뜨거워졌으며 창문에는 뿌옇게 김이 서리며 밖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손이, 허리가, 그리고 가끔 터지는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단순한 외로움 위로 쌓인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것. 그건 확실했다. 불안도, 거리감도, 아무 말도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집중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