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황포강의 밤: 첫 걸음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 변화: 중국어와 사랑
중국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이 작은 생각은 내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되었다. 모든 것은 우연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꿈틀대던 변화의 욕구가 나를 외국으로 이끌고 있었다.
먼저, 외국에서 일하려면 언어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어설픈 시작이었지만, 그때는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간체자를 쓰는 중국어는 생각보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 모든 과정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늘 포기하곤 했던 문법 공부도 이번에는 달랐다. 새벽반과 저녁반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신, 하루의 시작과 끝을 공부로 채웠다. 그렇게 1년을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는 건 그날 배운 것들뿐이었다. 어제 배운 내용은 마치 물 위에 글을 쓰듯 사라져 버렸다.
'언어에 재능이 없는 건가? 왜 이렇게 잘 안 될까... 방법을 찾아야 해.'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유머 사이트에서 글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쉽게 언어 배우는 방법'이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클릭해 봤고, 글에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외국인 이성 친구를 사귀면 외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야기였다. 주변에 외국인이라고는 찾아봐도 없었고, 그나마 아는 외국인은 내 중국어 선생님들이었는데,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이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그러나 세상은 가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길을 열어주곤 한다.
당시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을 취미 삼아 하고 있었다. 그저 심심풀이로 사람들을 만나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며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찾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와 채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대학생이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통화를 할 때면 종종 옆에 룸메이트가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도 평소처럼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선 언어가 들려왔다. 중국어였다.
"혹시 룸메이트가 한국 사람이 아니야?" 내가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내 룸메이트는 중국인이야."
그 순간 나의 호기심이 반짝였다. "정말? 소개해줄 수 있어?"
그녀는 조금 놀란 듯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어, 그래. 잠깐만."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룸메이트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