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가끔은 전혀 상관없는 가족들에게 큰소리를 내거나 엄마에게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30대가 되면서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40대가 된 지금에서야,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질투가 나기도 하고, 그들의 실패나 불행을 보며 은밀하게 기뻐했던 적도 있다.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위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그 상황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과거의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그저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부러움과 동시에 그들의 단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이 여자 문제로 복잡할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을 할까? 나는 항상 이런 부정적인 면을 상상하며 그들의 단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태도는 나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후회로 가득 차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책을 통해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고 실행해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내 행동을 바라보며,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타인의 고통을 즐겼는지를 깨닫게 되었다.지금까지 내가 베푼 도움도 사실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남들 앞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천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내 성격을 바꾸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내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는, 내 성격을 인지하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본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보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이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의미다. 말을 많이 하면 실수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나쁜 평가와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종 이 사실을 잊곤 한다. 그래도 최대한 말을 아끼고,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다.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제는 흐름에 몸을 맡기며,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빠르지 않아도, 남들과 같지 않아도 괜찮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