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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살고 싶어 선택한 복직

이제는 그냥 소박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by 연두부

우리는 잠시 행복했다.

남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냈다.


오빠는 처음 시한부 6개월을 받았고

급히 휴직했지만

휴직기간 1년을 잘 견뎌

1년 전보다는 나은 몸이 되었다.


암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던 상황이라

복직을 고민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작년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었다.


나는 사실 오빠가 복직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냥 좀 더 쉬었으면 했다.


그래도 나도 직장인들 중에는 소득이 높은 편이라

이럴 때 오빠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나에게 좀 의지했으면 했다.


퇴사를 하게 되면

오빠는 가평 숲 속에서

건강한 밥 주고 쉬는 힐링센터 같은 곳에 입소하려고 했었다.


그 비용도 월 200~300만 원으로 만만치 않자

오빠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도

거기서 평생 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 생각 말고 들어가라고 했었는데

결국 오빠는 복직을 택했다.


나는 몇 번이고 얘기했다.

혹시 경제적인 것 때문이면 진짜 복직하지 말고

다른 것 때문이면 오빠 선택이라고


오빠가 복직을 선택한 이유는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서였다.

마음속 깊은 솔직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말한 이유는 그렇다.


회사를 쉬고 집에만 있던

센터를 가던

아프다는 걸 인지하고 지내야 하는데

회사에 가면 아픈 걸 잊고

다른 사람들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마음 때문이라면 나도 복직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낮에도 혼자 있고

차라리 회사 가서 하하 호호 떠들 수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아는 오빠 동료들은 좋은 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결국 복직을 결정했다.

그리고 걱정을 한시름 놓은 나도

그 무렵 가족 여행을 떠났다.


오빠는 정장을 고르고

나는 여행에서 쓸 선글라스를 골랐다.


오빠와 둘이

5년 전 왔던

필리핀 보홀에

가족들과 함께 떠났다.


오빠와 묵었던 숙소에서 묵고

오빠가 데려갔던 곳에 가족들을 데려가고


5년 전,

그 무렵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다니는 대기업으로 입사를 해서

오빠와 축하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나름 우리 정도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암을 몰랐던 시기

고민 없이 놀던 시기

그 시기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암과 싸워야 할 줄 꿈에도 몰랐겠지


같은 장소에 오니

고민 없던 그때가 조금 그리웠다.


그리고 지금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행오기 전

오빠에게 편지를 한 통 쓰고 왔었다.


난 이대로도 좋으니 남들 비슷하게만 살아도 좋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자고


내가 바라는 행복은 정말 소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늘이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내 편지조차 질투했던 것 같다.

아님 아직도 우리에게 테스트가 남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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