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부 Oct 18. 2024

남들처럼 살고 싶어 선택한 복직

이제는 그냥 소박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우리는 잠시 행복했다.

남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냈다.


오빠는 처음 시한부 6개월을 받았고

급히 휴직했지만

휴직기간 1년을 잘 견뎌

1년 전보다는 나은 몸이 되었다.


암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던 상황이라

복직을 고민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작년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었다.


나는 사실 오빠가 복직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냥 좀 더 쉬었으면 했다.


그래도 나도 직장인들 중에는 소득이 높은 편이라

이럴 때 오빠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나에게 좀 의지했으면 했다.


퇴사를 하게 되면

오빠는 가평 숲 속에서

건강한 밥 주고 쉬는 힐링센터 같은 곳에 입소하려고 했었다.


그 비용도 월 200~300만 원으로 만만치 않자

오빠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도

거기서 평생 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 생각 말고 들어가라고 했었는데

결국 오빠는 복직을 택했다.


나는 몇 번이고 얘기했다.

혹시 경제적인 것 때문이면 진짜 복직하지 말고

다른 것 때문이면 오빠 선택이라고


오빠가 복직을 선택한 이유는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서였다.

마음속 깊은 솔직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말한 이유는 그렇다.


회사를 쉬고 집에만 있던

센터를 가던

아프다는 걸 인지하고 지내야 하는데

회사에 가면 아픈 걸 잊고

다른 사람들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마음 때문이라면 나도 복직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낮에도 혼자 있고

차라리 회사 가서 하하 호호 떠들 수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아는 오빠 동료들은 좋은 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결국 복직을 결정했다.

그리고 걱정을 한시름 놓은 나도

그 무렵 가족 여행을 떠났다.


오빠는 정장을 고르고

나는 여행에서 쓸 선글라스를 골랐다.


오빠와 둘이

5년 전 왔던

필리핀 보홀에

가족들과 함께 떠났다.


오빠와 묵었던 숙소에서 묵고

오빠가 데려갔던 곳에 가족들을 데려가고


5년 전,

그 무렵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다니는 대기업으로 입사를 해서

오빠와 축하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나름 우리 정도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암을 몰랐던 시기

고민 없이 놀던 시기

그 시기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암과 싸워야 할 줄 꿈에도 몰랐겠지


같은 장소에 오니

고민 없던 그때가 조금 그리웠다.


그리고 지금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행오기 전

오빠에게 편지를 한 통 쓰고 왔었다.


난 이대로도 좋으니 남들 비슷하게만 살아도 좋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자고


내가 바라는 행복은 정말 소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늘이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내 편지조차 질투했던 것 같다.

아님 아직도 우리에게 테스트가 남았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