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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18. 2024

특별한 새해를 함께 맞이하다

시한부 6개월을 이겨내다

전쟁 같은 2023년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한 우리

거의 10번의 새해를 함께 했지만

이번엔 정말 특별했다.


오빠의 몸이 다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맞이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던 2024년 새해를

이렇게 당당히 맞이하다니


새해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나는 오빠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출장이 많은 감사실에서 사업개발본부로 팀이동을 했다.


그동안 나는 회사에 많은 시간을 쏟았었다.


그런데 오빠가 아프고

진정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가치관이 많이 변했던 것 같다.


변한 나의 가치관과 과거의 가치관이 충돌하며

많이 힘들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오빠도 변화를 앞두고 있었다.

작년에 1년 휴직을 냈는데,

그 기간이 4월 말까지였다.

복직과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오빠의 몸도 괜찮아 보이고

휴직기간에 집에서만 있는 게 안쓰러웠던 나는

혹시 복직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길게 쉬기는 어려울 테니

오빠에게 해외 한 달 살기를 권했고

여행의 묘미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오빠는

식단 때문에 여행의 맛이 안 난다며 고민을 했다.


그래도 추운 겨울인 한국 보다는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을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등 떠밀듯 오빠를 해외로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순간 간에 내가 놓친 게 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던 오빠의 몸,

실제로도 오빠가 괜찮았을까?


아프고 나서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오빠인데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

내 로망이었던

해외 한 달 살기를 해보라고

나와 있고 싶던 오빠를 보내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차라리 그때 휴직을 하고 오빠와 함께 가주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간병을 하다 보면

투병을 하다 보면

매 순간 아쉬움과 후회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우리는 같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

왜냐?

우린 그 순간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지금의 상황이 달라져서

아쉬움과 후회가 있을지언정

그 순간에는 또 많이 고민하고

내렸을 결정이니

과거의 선택들을 너무 미워하고 곱씹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 노력이

나를 불행에서 꺼내주는 방법이다.


물론 요즘도 종종 곱씹지만

그 생각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그때 나의 선택으로

우리는 한 달을 또 떨어져 지냈다.


오빠가 가서 행복하게만 지내다가 오길 바랐는데

가끔은 토도하고

막상 먹고 싶은 것도 많이 없다고 그래서

나도 걱정이 많은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한국은 정말 추웠기 때문에

좋은 날씨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는 오빠를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오빠가 돌아오는 마지막 주에는

내가 시간을 내서 오빠랑 일주일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팀이동으로 적응하고 있던 탓에 그러지를 못했다.


그 부분도 많이 아쉽다.


오빠는 4주 만에 돌아왔고

오빠가 해외에 있는 시간 동안

새 업무에 적응하느라,

해외출장을 가느라,

오빠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다.


또 못 만나던 친구들도 만났는데

다 오빠도 아는 친구들이라

몇 번 영상통화를 했었는데

오빠가

오빠 없어서 신난 것 같다고 해서

아차 싶었다.


아니겠지만 혹시 오빠가 진짜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나

맘이 쓰였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남들과 비슷하게 흉내 내는 일상을 잠시나마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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