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다시 행복을 느낀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원인 모를 계속되는 토와 설사,
항암제 부작용인줄 알고 약을 반으로 줄이기도 했지만
나아지지를 않았다.
하루에 10번도 토를 했다.
오빠의 살이 점점 빠졌다.
오빠가 먹고 싶은걸 위주로 먹으러 가도
맛있게 먹고 나서 다 게워내었다.
정말 폭포처럼...
그때의 음식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너무 토를 심하게 해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느 식당이었는지
기억에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한 번은
토하는 오빠의 등을 토닥이는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힘든데
오빠는 오죽할까
더 마음이 아팠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도
토를 뿜듯 매번 하는 게
너무 이상했지만
이 행복이 깨지는 게 싫어서
괜찮을 거라고 계속 나 자신을 속였다.
제발 불행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병원에 갔지만
설사약만 처방해 줬다.
이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교수님이 밉다.
결국
우리가 직접 요청해서 찍은 머리 mri
무언가 보인다고 했다.
뇌전이는 아니라고 했다.
다행이다.
그런데 다행히 아니었다.
뇌를 보호하기 위한 막이 있다.
뇌연수막
그 보호막에 전이가 되었는데
뇌전이는 약이 있어도
뇌연수막 전이는 약이 없다고 했다.
항암제를 먹어도
뇌연수막으로는 들어가지를 않아서
뇌연수막 전용 항암을 따로 해야 한다고 했다.
뇌를 보호하기 위한 막이 있다는 걸
여러분은 아셨나요?
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보호하려고 있는 게
왜 우리를 위협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항암제를 먹고 있고
몸의 암은 줄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암이... 또 생기지?
인체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과를 들은 날 당일에 바로 입원해서
서둘러 항암제를 맞았다.
척추에 주사를 맞는 방식이었다.
mtx라는 약물이었는데
주사를 맞으면 새우 자세로 6시간을 있어야 해서
주사를 맞고 1박 2일 입원을 했다.
오빠는 주사 맞는 시간을 고통스러워했지만
1회 만에 토가 많이 줄고 부작용도 크게 없어서
주 1회씩
8회를 맞고 종료했다.
완치가 없고
수치가 낮으면 그만 맞는 거라고 해서
까맣게 잊고
그런가 보다 하고 잘 지냈다.
뇌연수막 전이가 무서운 거였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다시 찾아올 줄도 모른 채 기억에서 지웠다.
몰라서 행복했던 거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