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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16. 202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스치듯 행복을 느끼다

수원으로 다시 올라옴과 동시에

두 번째 항암 시작,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약이다.


고열이 날 수 있다고 해서

삼 일간은 알람을 맞춰놓고

밤새 열을 쟀다.


생각보다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이 없으면 효과도 없는 거란 글 때문에 불안했지만

3일 만에 암이 말랑말랑 거렸다.

원랜 딱딱한 점이었는데 말랑말랑해졌다.


아니 이거 실화일까?

이런 약이 있다고...?

말도 안 돼


정말 기뻤다.

끝이 보이던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수가 등장한 기분이었다.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했고

오빠는 내가 오빠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 거짓말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되는 날,

둘 다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암이 말랑말랑해지더니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나이스

이 약은 효과가 있었다.

대박 역시 세상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구나.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감사했고 즐거웠다.


담당 교수님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약의 단점은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내성의 위험을 알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치유와 병행하기로 했고

식단도 이어나갔다.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우리 부모님과 동생들이

매일 오빠 녹즙도 짜서 가져다주었고

나도 주말마다 오빠가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오빠와 함께 암과 싸웠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오빠의 몸이 많이 회복되어

주말에는 야외 데이트도 할 수 있었다.

나갈 때마다 도시락도 싸서 나가고

정말 열심히였던 우리


2~3개월 뒤 검사에서

암이 절반이상 줄었다는

좋은 성적표도 받았다.


오빤 다 줄지 않았다며 아쉬워했지만

나는 너무 행복했다.


점점 다시 일상을 되찾아 가는 듯했다.


데이트를 하는 일상이

당연하지 않고 하루하루 행복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같이 손잡고 웃고 떠들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더할 나위가 없었다.


야망 있던 우리 둘이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욕심을 내려놓고

다른 곳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도 자격증 공부 같은 나를 위한 시간보다는

오빠와 주말에 데이트하는 게 더 의미 있고 행복해졌고

오빠도 경매로 구입해서 5년간 운영하던 고시원도 헐값에 처분했다.


우리는 이렇게 

스트레스 요소들은 다 제거하고 

서로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찌 보면 예전보다 더 행복하고

더 돈독해졌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났을 때쯤,

오빠의 토와 설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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