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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결이 비슷한 천생연분

야심찬 두 청춘의 꿈은 이뤘지만

by 연두부

오늘은 오랜만에 우울한 얘기말고

웃음 나오는 연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꿈을 이야기 할때도 결이 비슷했다.


어느 식당에 가던 메뉴 가격을 보지 않고 주문하는게 꿈이었던 스무살 나와

뷔페가서 배터지게 안먹는게 꿈이라던 신입사원이었던 스물여덟살 오빠


서로 이런 야심찬 꿈을 나누면서 푸하하 한참을 웃었다.


모든 면에서 결이 비슷해서 10년간 늘 마음이 풍만해지는 대화를 하며 하루 하루 함께 성장해나갔던 것 같다.


연애를 하다보니 나도 직장을 얻고 연차가 쌓였고 오빠는 사원에서 대리, 과장이 되어

둘다 정말 어엿해졌다.


메뉴판을 볼 때 가격을 안보고 메뉴를 시키는 나를 발견하고는 행복해 했을때,

같이 행복해해주던 오빠

"연경이가 가격을 볼 레벨은 아니지~"

도쿄 출장 중 오빠와의 카톡


오빠가 식단을 하고 있다보니 둘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자주 갔었는데

"오 우리 배 안터지게 먹었어, 성공한 인생~"

하며

서로 오래전부터 마음 깊숙히 알고 있던 꿈의 달성을 축하해주고 격려해줬다.


명품백을 싫어한다던 오빠가

값비싼 명품백을 2개 사주겠다던 날,

손사래 치며 겨우 거절하고 하나 골랐었다.


오빠가 아프다가 조금 괜찮아졌을때 받아서

그 당시에는 괜히 받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가방을 받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방을 들 때마다 그 순간이 생각나 행복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는 나도 명품 반지 사줘!

했는데 반지 있으니 목걸이 사준다며

정말 고가의 목걸이를 선물해줬었다.

이번에도 내가 거절할만한 비싼 가격의...


요즘도 거의 매일 차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오빠가 맞았다.

거절했지만 오빠의 기분좋은 강요로 샀던 비싼 선물들로 나는 오빠를 자주 생각하고 자주 그리워한다.

날 사랑해주었던 그 순간까지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장례식 때도 오빠 어릴적 친구들이 웃으며

그 짠돌이가 너한테 쓰는건 하나도 안아깝다더라 했다.


오빠는 정말 그랬다.

딸을 키우듯이 애지중지 날 키웠다.

소고기가 먹고싶다고 한마디 한 날은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한우 안심이 구워져있었다.


우울하다던 날은 떡볶이가 배달되어 있었고

생리를 하는 날은 초콜릿이

시험을 볼 때에도 초콜릿이

그렇게 난 듬뿍 사랑을 받으며 무럭 무럭 자라났다.


아주 큰 사랑을 받는 여자로,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오빠가 사랑꾼인걸 알 정도로 그렇게 예쁜 사랑을 이어 갔다.


이런 큰 사랑이라 오빠가 없는 것이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지만

신기하기도 이런 사랑을 받았어서 마음이 외롭지 않을 때도 있다.

오빠와의 기억을, 오빠와의 사랑을,

하나씩 꺼내보며 하루를 따뜻히 보내려 노력한다.

아직도 그 사랑이 현재진행형인 느낌이다.


나는 그에 비해 작은 사랑이었다.

오빠가 아프기 전에는

어리고 예쁜 여자친구라며 오빠 친구들이 오빠를 부러워했고

오빠가 아플 때에는 그저 헤어지지 않고 옆을 지킨다는 것만으로도 응원받았다.


투병하던 5년 중,

내가 정말 오빠에게 도움이 되었던 마지막 6개월,

그 6개월 덕에 나도 내 사랑을 오빠에게 표현할 수 있었다.


참 아프지만 참 아름다웠다 우리.


오빠가 가장 친한 후배 결혼식에 못갔을 때 보낸 카톡을 나에게 보여줬었다.


보고 엉엉 울었는데

오빠가 쓴 덕담에

"사이좋게 서로 늙어가는 부부가 되길 바랄게"

라는 문구때문이었다.


그 문구를 쓸 때 오빤 어떤 기분이었을까

남들은 평범하게 같이 늙어가는 순간

사이좋게 서로 늙어가는 것을 오빠도 매우 꿈꿨을 것이다.


오빤 이번에도 큰 꿈이 없었을거다.

오빠가 적은 덕담처럼 늙어가고 싶었을거다.

나랑, 사이좋게, 함께


그 꿈을 도와주지 못해 속상하다.




그렇지만 오빠!

오빠는 꿈을 못 이뤘다고 생각해도

하루하루 나랑 함께 하고 있다는거 기억해줘.


그리고 이번주는 오빠에게 부탁할게 하나 있다.


엄마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조직 모양이 안좋아서 조직검사를 하게 됐어.

암일 확률이 높다고 하셨대.


오빠가 아파가는걸 하루하루 전부 함께 지켜본 엄마라서

암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엄마라서

더 힘들어하고 더 무서워해...


수요일 결과를 앞두고 계속 슬피 우는 엄마,

오빠랑 나 때문에 엄마가 마음 고생 했던게 사실이라

엄마가 아프면 나도 많이 아플 것 같애.


그러니 오빠,

이번에는 오빠가 엄마 좀 안아프게 지켜주면 안될까?

내가 부탁할게❤️

우리 잘 지켜봐주고 잘 지켜줘, 알겠지?


늘 고맙고 사랑하고 보고싶다.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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