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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냥 버티는거 그냥 지내는거 말고

by 연두부

매주 화요일 오후,

회사 앞 정신의학과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정신병원이라는 말은 나조차도 낯설어서


사람들이 내 약봉투를 보고 무슨 약이냐고 물으면

우울증약, 정신의학과, 마음이 아파서... 등의 여러 말들로 설명하곤 한다.


"정신병원 약이요"

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마음이 아파 가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이상하지 않고 흔한...

그런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정신병원에 다녀보고 느낀 것은,

예전부터 다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무기력도 아팠던거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다.


매주 가면 일주일 동안의 나의 상태를 세세히 물어봐주시고 약을 조절해주신다.


지난주가 최악이었어서 이번주는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질문도 많이 하셨다.


선생님 : 잘 살면 죄책감이 느껴질거같나요

슬프지 않다면 어떨거같나요? 미안할 것 같나요?


나 : 아니요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병원 왔을때만 해도 괜찮아지면 미안할것같았는데요

그래서 병원도 안왔었는데요

이젠 누구보다 오빠가 제가 잘 지내길 바랄걸 알고 있고 저도 잘지내고 싶어요

그냥 지내는게 아니라 잘 살고 싶어요 그의 몫까지


선생님 : 어떻게 잘살고 싶어요?


나 : 의미있게 살고 싶어요


선생님 : 어떤 삶이 의미있는 것 같아요?


나 : 남에게 도움도 되고 스스로가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삶이요.

사실 오빠가 아플 땐 간호사가 되려고 간호대까지 찾아봤었는데 오빠가 가고나니 병원이 저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었어요. 직업적으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선생님의 여러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도 "달라진 나"를 느꼈다.


처음 병원을 찾았던 올해 2월,

나는 죽을 것 같아 급히 병원을 찾았다.


버스나 차를 탈때마다 사고가 나서 죽고 싶었다.

죽을 용기는 없었지만 안아프게 죽을 수 있다면 죽고싶다고 말했었다.


그저 남은 가족들이 나 때문에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나였다.

그가 없는 삶은 나에게는 무용지물 같았다.

앞으로 웃는 날도 없을거고 행복할 수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랑이 엄청 크니까

그 큰 사랑이 없어졌으니까

내 세상이 무너졌으니까

난 그냥 숨만 쉬며 살고 싶었었다.


그런데 변했다.

잘 살고 싶어졌다.


오빠를 사랑하니까

오빠가 사랑하는 나를 지켜야 한다.


이제는 오빠가 나를 돌볼 수 없으니까

내가 오빠를 돌볼 수 없으니까

내가 나를 돌봐야 한다.


오빠의 사랑이 오늘 하루를 또 살게 한다.


고마워 오빠

사랑해 오빠


내 걱정은 말고 편히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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