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릴 때가 있다. 보통 2가지 경우다. 하나는 설레고 기대 되어서 이고, 다른 하나는 두렵거나 긴장되어서 이다. 어느 쪽이든 적당한 두근거림은 활력이 되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크다.
보통의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같은 직장에서도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꽤나 두근거리고 떨리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물론, 의욕이 넘치거나 태생적으로 심장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종이 한 장으로 발령이 난다. 보통 1년에서 2년을 주기로 자리를 옮긴다. 승진하면 자동으로 자리가 바뀐다. 그래서 약 30년간 근무하면 많게는 20여번, 적어도 10여번 이상 자리를 옮기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사무관 시절에 11번, 과장 때 7번, 국장 때 2번, 다시 사무관으로 한번, 도합 21번 자리를 옮겼다. 많이도 옮겨 다녔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난 매번 상당히 두근거리고 긴장했었다.
그중에 가장 긴장이 많이 됐던 자리는 2007년 신생된 창의과의 주무팀장인 창의기획팀장으로 갔을 때, 그 뒤 언론과 신문팀장 갔을 때, 그리고 과장으로 승진한 뒤 전혀 생소한 사회적경제과장 갔을 때, 무서운 조사과장 갔을 때, 마지막으로 국장 승진해서 1인가구특별대책 추진단장 갔을 때였다. 어찌나 긴장되고 떨리는지 잠을 잘 못잤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심각했다.
우리시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 대부분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본인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래서 딱 발령이 뜨면 거기는 뭐하는 곳이지? 나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팀장님, 과장님은 누구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은가? 등등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시작된다.
어느 외국의 동화작가는 이런 마음을 “쿵쿵이”로 표현했다. 우리의 마음속에 쿵쿵이가 있다는 것이다. 쿵쿵이는 내 마음에 따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 마음과 달리 쿵쿵이가 나를 움직이기도 한다. “거기 가면 떨려, 그러니 가지마. 난 그 사람들이 무서워, 가급적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라고.
우리는 쿵쿵이, 그러니까 자기 마음 속의 걱정을 늘 데리고 다닌다. 걱정이 커지면 쿵쿵이도 커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다시 쿵쿵이는 아주 작게 줄어들어서 신경 안 써도 될 정도가 된다.
낯선 사람들, 낯선 업무, 낯선 상황에서 우리 마음속에 두려워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쿵쿵이가 커지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은 조금 더 세심하고 정확하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본인은 그만큼 힘이 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마음속에 쿵쿵이가 자라지 않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수많은 부서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쿵쿵이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쿵쿵이를 쪼그맣게 만드는 방
법을 소개해 보겠다.
쿵쿵이란 놈은 주로 업무와 사람 때문에 생기거나 커진다.
먼저 업무 쿵쿵이부터 없애보자.
그럴려면 내가 업무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업무를 내 손안에 쥐고 흔들어야 한다.
1. 업무와 관련된 현장이 있다면 반드시 발령 초기에 둘러보면서, 현장 관계자들과 당면 현안이 뭔지? 혹시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2. 내 업무와 관련한 법령과 지침을 꼼꼼하게(밑줄 쫙) 읽고, 숙지한다. 내가 업무담당자로서 어떤 책임과 의무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3. 업무인계인수서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업무의 흐름도를 만든다. 구체적으로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기술해 놓는다.
4. 내 업무와 관련되어 협업해야 될 사람들을 리스트업 해놓고 평소에 안부 묻기 등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맺어둔다.
5. 모르는 게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짐작으로 하지 말고 팀장님이든 전임자든 옆자리 선배든 물어봐서 확실하게 알고 일을 처리한다.
6. 혼자 결론까지 내서 보고하려 하지 말고, 직속상관에게 수시로 중간보고해서 지침을 받는다.(살짝 빈정 상하지만, 속이 편하다. 내가 어느 정도 고수가 될 때까지는 이 방법이 좋다.)
다음은 사람 쿵쿵이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업무와 달라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서 변화무쌍하고 쉽지 않다.
발령이 나서 새로운 부서에 가면, 기존의 낯선 네트워크에 내가 뛰어드는 꼴이다. 따라서 그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지가 관건이다.
시간이 날 때 먼저 주변 동료, 선배, 팀장님 등과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 소개를 하고, 자신의 허당인 점을 이야기하고, 잘 부탁드린다. 가끔씩 커피도 한 번씩 쏜다. 그 부서의 왕초가 누군지, 어떤 타입인지를 아는 것도 현실적으로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생각부터 고쳐먹어야 한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기. 빨리 적응해서 ‘그 친구 대단한데’라는 이야기를 듣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주변에 잘하게 보이는 사람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은 순서가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욕심내지 말고, 스스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부여하지 말자.
천천히 심호흡하고, “자, 슬슬 해 볼까!”라고 조용히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