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무지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정오 뉴스에 나오는 영상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설악산의 울산바위에 무지개가 선명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절기상 상강인 오늘, 대도시라 그런지 서리는 보이질 않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시작한 어둑어둑한 출근길은 뒷목의 뻣뻣함까지 매달고 와서는 오전 내내 등까지 저려오는 통증을 안겨다 주었다.
침이라도 맞아야겠다 싶어 얼른 한의원을 예약하고 길을 나섰다.
설악산 울산바위에 무지개가 생긴 이유는,
아침의 컴컴함이 걷히고 햇빛이 나면서 공기 중에 있던 빗방울에 햇빛이 굴절되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뉴스 영상 속 나무들은 세찬 바람 때문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점심 메뉴인 잔치국수를 후루룩 후루룩 들이키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와~~~ 저것 좀 봐. 너무 예쁘다~”하고 감탄했다.
“그래서… 뭐? ”
공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올해처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무지개는 울산바위에 걸렸을 것이다.
검색창에 ‘울산바위 무지개’라고 이미지 검색을 해 보니, 2022년, 2018년, 2017년… 수많은 울산바위에 걸린 무지개 사진이 쏟아졌다.
완연한 설악산의 가을 풍경을 보도하려던 기자가 난데없이 산악 CCTV에 찍힌 설악산 무지개를 보고 계절과 관계없는 이 소재를 뉴스로 내보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얼굴도 모르는 기자분을 비웃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내 눈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지개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언제나 여기에 있어. 변하지 않아.
나를 보는 네가 변한 거지. “
우리는 자주 예전의 경험을 잊는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가 있나 보다.
그리고 같은 것을 매번 처음 접하는 것처럼 인식하기도 한다.
기억력이나 건망증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주변을 인식하는 내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오늘도 좌충우돌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스로에게 의도된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