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무기력하게 복지관만 다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복지관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인권 강사 해 보지 않겠냐고 나에게 물어오셨다. 강의 연습을 해서 나중에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쉽게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강사라는 직업에 언제 도전을 해 보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강사라는 직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강의 경험이 없던 나는 연습할 때조차 무척 많이 떨곤 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연습해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가서 연습할 때마다 조금씩 떨림도 줄고 말도 더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대본을 보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D-day가 되었다. 처음 학교에 가서 강의했을 때 정말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강의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첫 강의를 할 때 손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강의를 끝내고 인사를 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강의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잘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못할 때면, 이번 강의에서 실수한 것이 있나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강의를 하면서 내 나름대로 장애인에 관한 퀴즈도 내고, 선물도 주는 시간을 마련하여 강의가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 강의를 하지 않지만, 인권 강사로 자부심을 가지고 달려온 5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더없이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도 몸은 불편하지만 인권 강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많은 인권 강사 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인권 강사님들의 노력, 그리고 내가 했던 노력이 장애인 인식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