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게임의 달인
세대 사이에 낀 그대에게_ep.02
중요한 프로젝트의 끝이 보인다.
그동안 고생한 팀원들과 나 자신을 스스로 격려해 가며,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오후가 되어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상사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그동안 다들 고생했으니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할까? “
”오늘 안되면 내일이나 암튼 이번 주 안으로 저녁식사 함께 하지? “
고생한 부서원들을 위한 상사의 제안,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벌써 후배 직원들의 반응이 눈에 선하다.
추운 겨울 앙상한 두 나무 사이에 서 있는 하루담
#엇갈린 반응
정시 퇴근과 워라밸을 신조로 삼는 그들에게 사전 조율되지 않은 회식 일정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회의실에 흐르는 정적. 그 정적은 이내 몸 둘 바 모를 민망함으로 변하며 그 순간 모두가 눈치 게임의 달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A : 오늘은 집에 일이 있어서...
B : 내일은 약속이...
C : 그다음 날은 제가...
D : 그 다음다음은 제가...
이건 뭐 사실상 "저녁 회식은 거부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도 한편으론 약속이 많은 그들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나의 상사는 애써 표정을 숨기며 말한다.
"그럼 상의해서 회식 일정 잡아보자고요~"
하지만 그 말 뒤엔 분명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그렇다. 요즘 MZ세대 부하직원들에게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저녁 회식보다는 정시 퇴근 후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그들의 신념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공식적인 회식 일정은 한 달 전부터 부서원과 상사의 일정을 모두 고려해 조율해 왔던 치밀함이
있었고 이번 갑작스러운 저녁 회식 제안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결국, 또다시 윗분과 아랫분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작한 나.
상사의 제안을 빠르게 실행하면서, 팀원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고민 끝에 '점심 회식'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았고 모두가 이에 동의하였지만 과연 이게 뭔지...
회식 일정을 잡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회식의 본질
내 윗분은 여전히 "라테는 말이야..." 하며 예전에는 상사가 한 마디 하면 다 모였는데 요즘 애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 한때는 신입 시절 상사의 부름에 언제나 달려가곤 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강요나 일방적인 의무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회식은 그저 회식일 뿐이다.
함께 고생한 시간을 서로 위로하고, 작게나마 보상받는 자리일 뿐.
그렇다고 꼰대질이나 강요로 세대 간 감정을 쌓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직의 융화와 참여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이 중요하다.
나는 양쪽 세대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
그래서 매일 그들 사이에서 답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결코 쉽지 않다.
오늘도 나와 같이 끼인 동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세대 간의 다리를 놓는 건 어렵지만 우린 균형을 맞춰가야 하고 분명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세대 사이에 낀 그대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