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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화 Oct 22. 2024

1990. 7. 19(목)

엄마를 보면 무궁화가 생각나(3)

오늘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아가에게.

엄마, 아빠는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 주위분들의 따뜻한 관심, 너그러운 이해와 더불어 참으로 행복한 연애를 했단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과로 너는 우리에게 왔다.

미안한 얘기지만 처음엔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단다.

아빠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고 집안 형편도 여의치 않아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어려운 처지였으니까.

그런데 의외로 너로 인해 서둘러 결혼을 할 수 있었단다.

그때 너는 감쪽같이 꼭꼭 숨어 있었지.

6월 3일(일) 12시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이 된 날!

그런데 부산으로 3박 4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로 너는 부쩍 컸단다.

6월 8일(금) 밤 11시 30분

아무 탈 없이 엄마를 편안하게 해 주던 너는 처음으로 엄마를 불안하게 했단다.

결혼준비, 신혼여행, 양가 어른들께 인사를 다니느라 엄마가 너에 대해 소홀한 탓이었나 보다.

약간의 출혈과 통증이 있어서 급히 응급실을 가게 되었고  2주 정도 푹 쉬어야 한다고 했다.

넌 조금 일찍부터 엄마에게 네가 있다는 사실을(태동) 느끼게 해 주었단다.

엄마의 뱃속에서 꿈틀꿈틀!

처음엔 무엇이라고 표현하지 못할

감동!  기쁨! 신기함!

그때마다 엄마는 참 행복하다고 느꼈단다.

이제 엄마도 어른이라는 생각도 들고, 책임감도 들고......

결혼 후에는 그 행복. 기쁨을 같이 나누고 있다.

아빠는 엄마보다 더욱 기뻐하셨단다.

아빠 친구들은 거의 일찍 결혼해서 모두들 귀여운 아기들이 재롱떨고 있으니까 더더욱 부러웠었나 보다.

엄마는 우리 아기가 귀엽고 총명하고 예쁘고 슬기롭고,....... 이 세상 좋은 것 모두를 갖추고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단다. 엄마가 왕 욕심쟁이인가 봐.

그래서 좋은 음악도 듣고, 좋은 책 읽고, 좋은 생각하고 예쁜 과일 등을 먹으려고 노력한단다.

그럼에도 엄마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좋지 않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간혹 엄마가 너에게 소홀하더라도 부족한 엄마를 이해해 주렴.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 아빠는 물론 여러 친지분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받는 아기가 되렴.

지금 밖에는 천둥, 번개, 비바람이 치고 있단다.

아가야, 놀라지 말고 엄마를 믿으렴. 엄마가 안전하게 지켜줄게.

오늘도 예쁜 꿈 꾸고 내일 또 즐거운 하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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