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몸만 와, 낭만은 내가 준비할 테니
시골집을 얻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이 많으니 하나는 아예 손님방으로 꾸미고, 마당에선 바베큐를 하고, 기다란 거실에 둘러앉아 다과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상상을 하니 이 집에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낭만 넘치는 시골 살이가 눈앞에 그려졌다.
다만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거기에 눈앞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니 드럼통을 잘라 직접 바베큐 그릴 만들기, 거실 샤시에 붙은 스티커 떼고 커튼 달기, 손님방 꾸미기 등과 같은 내가 이 집에서 먹고, 자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들은 잠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집수리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 다니고, 당장 사는데 필요한 작업들을 하다 지쳐가기 시작할 즘, 낭만을 위한 준비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햇살을 가로막는 샤시 스티커를 떼고 커튼을 다는 작업이었다.
커튼을 사려고 찾아보니 예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할까 생각도 잠깐 했으나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모닝커피 한잔을 하는 낭만을 포기하지 못해 결국 질러버렸다.
샤시 청소를 먼저 해주고 칼헤라를 이용해 한 땀 한 땀 스티커를 제거했다. 처음에는 드라이기로 열을 줘가며 일반 헤라로 떼내다 드라이기가 먼저 사망해 버려 다른 방법을 찾아보다 칼헤라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전화위복이었다. 열주면서 뗄 때는 한 칸에 1시간씩 걸렸는데 칼헤라로 하니 30분이면 충분했다.
사실 커튼 작업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해야지 하고 있다가 글을 쓰고 있는 오늘에서야 마무리가 됐다.(금방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뒤로 미루다 보니 두 달이 걸려버렸다)
다음 낭만을 위한 준비는 바베큐 그릴 만들기였다. 마스터를 따라다니며 철을 자르고, 용접을 해보고 나니 바베큐 그릴도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집 앞에 드럼통도 하나 버려져있었다.
옆집 어르신께 집 앞에 버려져있는 드럼통 써도 되는 건지 여쭤보니 써도 된다고 하셔서 냉큼 주워왔고, 다리는 마당에 버려져있던 야전침대를 분해해 사용하기로 했다. 각관과 용접기, 용접봉은 마스터가 제공해 주셨다.
먼저 그라인더로 드럼통을 반으로 갈라주고, 야전침대 프레임에는 각관을 잘라 붙여 보강을 해줬다. 유튜브를 보면 샌딩을 해 페인트를 다 벗겨주던데 마스터가 그냥 잘 씻고 불로 한번 시원하게 태워주고 괜찮다고 하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사실 나도 귀찮았다)
경첩을 달아 뚜껑을 덮을 수도 있게 만들려고도 생각했는데 경첩을 안 사놓기도 했고 만들다 보니 귀찮아서 그냥 뚜껑 없는, 완전 기초적인 바베큐 그릴을 만들기로 했다. 드럼통 양옆으로는 재를 청소하고,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줬고, 외부에 페인트 벗겨지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 금색 락카칠을 해 마무리했다.
아직 용접 실력이 부족해 마스터가 80%는 용접을 해주신 것 같긴 하지만 자재값 0원으로 셀프 바베큐 그릴 만들기에 성공했다. 직접 만든 그릴에 바베큐를 해 먹으니 더 맛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