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든 신경과 근육이 마비된 채
뻗어 있어
무념무상의 정반대 상태는
그러한 마비를 초래한 거지
한동안 열과 성을 다하던
글 읽기를 도저히 할 수 없었어
뻗은 지 얼마나 됐을까?
뇌가 잠시 움직였던 거야
문득 '그 사람은 나처럼 이래서는 안 돼'라고 생각했어
이래서는 안 돼!
그 생각은 상당히 그녀를 만족시켰어
도덕적 만족이었겠지
입가에 흐린 미소를 지었는지도 모르겠어
이후로도 오랜 시간 그녀의 사지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런 그녀가 단지 누워있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그녀의 머리맡에 대고 말했어
"나는, 힘들어"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손끝 발끝의 감각이 돌아오는 거야
그녀는 기꺼이 그 누군가를 향해 '벌떡' 일어섰어
마지막으로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던 걸 기억해
그녀는 행복할 거야
아니, 그렇게 언제까지나 행복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