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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꼬꼬 Oct 22. 2024

언제 어디에나 뿌려져 있는 축복가루,

언제나 더 많은 수확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포토그래퍼 친구가 있다.

친구는 미대를 졸업한, 타고난 미적 감각의 소유자이다.

그런 친구가 직업으로서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고부터는 당연하게도 프로페셔널한 사진을 매우 쉽게 찍어냈다.


나는 사진찍기를 좋아하지만,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서는 공부해본 적이 없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래 직업을 생각할 때에 후보 중 하나가 사진작가였다.

작가가 되었을 때 틀에 박힌 구도와 획일화된 미적 감각으로 사진을 찍고싶지 않아서,

혹시나 내가 사진작가가 된다면 기존의 사진들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멋을 뽐내는 작가가 되고자

아직까지도 일부러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 (이건 나만의 큰 착각일 수 있다고 생각한.)


여기까지는 여담이었고, 다시 친구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의 제안으로 친구와 함께 연주회를 다녀왔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반주를 맡은 현악전공생들의 사중주 연주회였다.

연주자 친구들의 실력과 그들이 내는 바이올린 소리를 무척 좋아하는 나이지만,

공연을 잘 감상한 다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꽤 흘러 친구가 다른 주제로 작성한 자신의 블로그 포스팅을 공유했다.

그러다 목록에서 친구가 작성한 연주회 후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감각적인 사진 실력으로 공연장 이곳 저곳을 촬영해 낸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연주자들에 대한 소개, 연주회의 셋리스트와 그 곡들의 악보, 유튜브 영상을 삽입하여

연주곡에 대한 자신의 감상 등을 매거진에 실릴법한 화법으로 완성도있게 적어냈던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글 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다녀온 식당에 대한 후기, 친구가 읽은 책의 독후감, 같이 있었던 모임에 대한 글...

게다가 친구는 꾸준한 블로그 포스팅으로 엄청난 글쓰기 실력까지 갖추어 갔다.


언젠가 읽었던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속 글귀가 생각났던 순간이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하찮고 일상적인 경험-을 잘 관리함으로써 그것을 경작 가능한 땅으로 만들어 1년에 세 번 열매를 맺게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그 숫자는 얼마나 많은지!-은 운명의 솟구치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시대와 나라가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물줄기 속으로 밀려들어가면서도 늘 그 위에 코르크처럼 까닥거리며 떠 있다. 이런 것을 관찰하다보면 우리는 결국 인류를 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 즉 적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소수(극소수)와 많은 것을 가지고 적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다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서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파자마를 입고 자신의 방 안에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우리에게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하라고 슬며시 우리의 옆구리를 찌른다."



친구는 지금도 일상 속에서 많은 것들을 수확해 내고 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도심속 수많은 식물들을 출퇴근 때마다 사진으로 남겨 수천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어떤 재료들이 어떠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졌을지 유추하여 본인만의 조리법을 창조해 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벌써 쌓인 영상이 수십 개, 게시글이 수백건이다.


비록 과거의 내 자신이 위 글귀에서 비판하는 대상에 속했다고 느껴지긴 하나,

언제나 발전의 시작은 현재를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기에

부정하지 않고, 조금씩 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의 좌우명과도 같은 글귀 하나를 더 소개해본다.

쿠키런이라는 게임 속 아이템 소개 문구인데,

언젠가 내가 책을 낸다면 이러한 제목으로 출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언제 어디에나 뿌려져 있던 축복가루 콜렉션
  



당신에게도 분명 무심코 지나쳤던 무수한 축복가루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그 가루들이 다 쓸려가지 않았을테니,

조금씩 다시 모아가 보자.



�✨⭐
GOOD LUCK TO YOU,
BLESS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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