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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토마토 Oct 27. 2024

마케터는 딴짓을 해야 돼

딴짓: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함. 또는 그런 행동. (표준국어대사전)


흔히 딴짓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미뤄둔 채, 다른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인강 듣다 유튜브 보는 것이며, 직장인들이 근무 중에 주식을 사고팔고 지인의 스토리를 보는 것 따위다. 특히 SNS 하는 것을 딴짓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5분만 보다가 운동 가야지', '오늘부터 독서해야지! 근데 어제 흑백요리사 나왔다는데?' 하다가 자극과 나태의 늪에 빠지고, 결국 하려고 했던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유튜브에서도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고 '당장 이 유튜브를 끄고 실행하세요!'라고 역설한다.


한편 SNS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는 것도 일이다. 나 또한 그렇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그걸 다 볼 수는 없을 터. 그래도 트렌디한 것, SNS에서 회자되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리고 약간의 압박감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엄마친구아들, 흑백요리사, 스테이지파이터는 내가 최근에 본 콘텐츠다.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이나 영화관에서 본 작품, 시사상식을 얻거나 영감을 받고자 팔로우하는 각종 채널을 포함하면 더 많다. 그런데 말이지, 이제 잠깐 쉬고 싶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봤는데 내 일상에서도 전자기기의 화면을 보는 것이 눈도 아프고 질리는 느낌이다.


지금 2주 정도 되었을까, 그래서 콘텐츠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사실 자주 이렇게 소비와 멈춤을 반복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왜 이리 또 극단적일까. 왜 적당한 수준을 찾지 못하는가. 나의 중심을 어디에 있는가. 왜 그토록 보이지 않았을까. 나의 중심은 흔들리고 있는가. 불안한가. 번아웃일까. 진단은 어렵지만 '정도를 찾아야 한다'는 처방과 함께 나를 인정하기로 한다.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극단을 오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안에 중심이 잡혀있다는 것이 아닐까? 중심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것이다. 아주 빠르고 새로운 형태의 소용돌이가 이 세상에 활개 치는 가운데, 나의 중심은 태풍 속 무풍지대에 있어 발견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어찌 됐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정상적으로 인지했고, 그에 따라 일상에 변화를 주었다. 책을 읽고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것으로. 조만간 다른 신호가 잡히면 다시 딴짓을 시작하겠지. 아무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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