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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의 불공평한 세상

이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편향성

by 김정룡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방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때 개인의 판단은 가능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합리성을 무너뜨리는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이 사회에 뿌리 깊이 내재된 편향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편향 심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1. 외모 편향 (Beauty Bias)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편향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기업 CEO의 평균 키는 일반 남성보다 훨씬 큽니다. 평균적으로 CEO의 키는 182.3cm인데 반해, 일반 남성의 키는 175.3 cm입니다. 특히 36%의 CEO의 키가 189 cm (6 ft 2 in)가 넘는 반면에, 미국 남성 중에는 4% 밖에 안됩니다. 9배나 차이가 납니다.


키 크고 강해 보이는 리더가 부족을 더 잘 지켜줄 거라는 원시 본능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이처럼 외모 편향에 의한 쏠림 현상은 성별과 무관하게 관찰됩니다.


2. 친밀 편향 (Affinity Bias)


모르는 사람이라도 동향 또는 동창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낍니다. 이런 내재적 친밀감은 행동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표정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말에 대한 반응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칭찬의 표현도 다릅니다. "참 잘하시는군요.."라고 말하는 것과 , "아, 역시 우리 학교 후배는 달라!"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로 들립니다. 친밀하다는 이유만으로, 신뢰감이 더 생깁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3. 후광 효과 (Halo Effect)


방금 소개받은 사람이 미국 MIT 공대를 수석 졸업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의 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나와 친밀감이 없어도, 갑자기 멋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특별한 장점이 그 사람의 다른 모든 점을 좋게 보이게 하는 현상을 후광효과라고 합니다.


이를 편향 (Bias)라 부르지 않고 효과 (Effect) 라고 부르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이러한 편향성을 정상적인 심리현상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내면의 성품보다, 특정한 조건을 가지고 결론짓는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속물임을 인정해서 일까요?


4. 부정 효과 (Horn Effect)


직역하면 뿔 효과입니다. 뿔은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부정적 은유로 사용됩니다. 사람에게서 한 가지 나쁜 모습을 보게 되면, 나머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옛말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보다는, 심리적 편향성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하나라도 부정적인 면이 있는 사람을 빨리 제거 (Elimination) 하려는 집단적 생존 전략에서 시작되었을 까요? 마녀사냥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이런 편향적 심리 때문입니다.


5. 대비 효과 (Contrast Effect)


개인의 능력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평가할 때, 실제보다 훨씬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평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네 형은 공부를 잘하는데, 너는 왜?". "우리 애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똑똑해. 천재인가 봐!". 대비효과로 인해 필요 이상의 과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요즈음 TV오디션 무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앞사람의 공연이 뛰어나면, 바로 뒷사람은 긴장하게 됩니다. "저렇게 잘해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절대 평가보다 상대평가를 훨씬 더 민감하게 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심리적 특성 때문에 늘 비교하고, 비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비효과 때문에 누군가에게 불공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편향적이고 불합리한 경우가 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생존에 유리한 선택'이 '공정한 선택'보다 우선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화 생물학적 변명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진화든, 불완전한 뇌의 속성이든, 내재된 편향성은 현대 사회에 또렷이 존재합니다. 이 사회에서 편향이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UI디자인 설계를 통해 편향을 줄이는 게 가능합니다. 심리적 편향을 일으키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한하거나, 편향적 선택의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UX디자이너는 소통을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합니다. UX디자이너가 편향성을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공정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가치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결국 사용자가 만족한 가치를 경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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