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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법

시와 에세이

by 김정룡 Jan 02. 2025


나는 시간을 늦추는 법을 안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이제껏 사람들이 만들어 논

기계적 시간을 원래 시간인 줄 알고 살았다   

   

시간을 과학적으로 정의해 보면

"엔트로피의 증가"라고 한다

이건 너무 어렵다


결국 시간이란 추상적인 것이고

 스스로 느끼는 시간이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면 된다

대체 시간은 언제 빨리 갈까?




첫째, 세상 할 일이 많고 바쁘면

시간은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둘째, 너무 즐거운 일만 계속되면

시간은 아깝게도 빨리 지나간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할 일 없이 지내고, 괴로운 일만 만들며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천천히 갔던 경우를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 때가 있긴 있다


기다리면, 제발 끝났으면 하는 일이 안 끝나면

그놈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다  


초등학교 시절, 빨리 어른이 됐으면 하는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정말 천천히 간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길 기다릴 때

5분의 시간은 마치 50분 같다


지금도 흥미로운 주말 드라마의 결말이 어찌 될지 궁금하면

일주일이 뒤지게 안 간다




그러므로,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요령

어떤 일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데 있다

  

죽을 일 말고, 빨리 끝났으면, 혹은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빨리 그 시간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면 된다


결국은 기다림이다.

간절히 빨리 이루어지길 기다리면

시간은 빨리 안 간다

    

기다림이 간절하면 할수록 지루함도 이겨낸다

그 순간 시간은 천천히 가고,

기다리는 시간은 기대의 시간이 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쁘지 않은 하루를  살며 

멋진 미래를 기대하며 산다


더 괜찮은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시간의 길이라는 것은 물리학적으로는 엔트로피의 증가 (모든 물질은 시간이 흐르면 무질서한 형태로 바뀌어간다. 망가지고, 부패하고, 어지러워진다)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기계적 시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참고하여,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추상의 개념이다.  시간을 지킨다는 것도 절대적인 시간을 지키는 게 아니라, 단지 그 사회의 동의 하에 만들어 논 기계적 시간을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계가 없던 수백 년 전에도 사람들은 기계적  시간 없이도 만날 약속을 잡았다.  시간은 사회의 약속일 뿐이고,  시간의 길이라는 것은 그저 생각 속에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은퇴를 맞이한 나는 30년이라는 시간의 덩어리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닌데도,  대하드라마도 될 법한 시간의 길이인데, 그럴듯한 서사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몇 장면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은, 지나간 시간을 한꺼번에 기억 못 하는 인간의 뇌의 저장능력 때문인 거 같다.  아마도, 사건이나 장면의 흐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면, 시간은 길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충격적인 장면과 사건을 경험하면, 그때의 장면 하나하나, 사건의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되고, 결코 짧지 않은 과정으로 느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이 될만한 하루를, 일주일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 사고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일상의 기억에 매일 다른 색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나지 않던 친구를 만나보고, 가보지 않았던 마트에 가보고, 읽지 않았던 책을 사보고, 입지 않았던 옷을 입어보고,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고.. 우리의 뇌는 다른 경험 통해서, 기억을 늘리고, 과거의 시간의 길이를 길게 늘인다.  

     

우리의 망가진 기억력 때문에, 오랜 과거의 시간을 짧게 느끼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면,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내가 조정해 볼 수 있다.  오늘 하루가 길어지려면, 무언가를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길고 지루하다. 거기에서 지루한 것만 빼면, 우리는 온전히 시간을 길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오늘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저녁때 만날 술친구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정신없이 일만 하며 보내는 하루보다 길고 덜 지루할 것이다.  주말 로또 당첨을 기다리고 있다면, 허황되지만, 행복한 기대감으로 조금은 밝은 일주일이 될 것이다. 지루함을 걷어낸 기다림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 있고 흥미 있는 무엇으로 바꿀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너무 바쁘거나, 너무 재미있으면 안 된다. 적당한 기다림이 주는 시간 연장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담담히 기다리는 하루하루의 삶".. 이것이 내가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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