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지키는 다섯 가지의 균형
행복에 대해 사람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을 한다. 돈이 얼마 이상 있어야 하고, 인간관계는 갈등 없이 원만해야 하며, 사랑은 늘 따뜻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일에서는 성취와 보람을 느껴야 하고, 건강은 어느 하나 문제없이 완벽해야 한다. 그렇게 다섯 개의 요소가 모두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날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삶이란 늘 어딘가 조금은 비어 있고, 뭔가 하나쯤은 기대에 못 미치며, 때때로는 전부가 흔들리는 듯 느껴지는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으려는 태도는 결국 행복을 미루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마치 고등학생이 단 한 과목의 실수로 전체 시험을 망쳤다고 여기는 것처럼, 우리는 인생의 한 영역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는 지금 불행하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꼭 모든 요소가 완벽히 채워졌을 때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전체적으로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낄 수 있을 때,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건강하고, 인간관계가 복잡하더라도 일이 잘 풀리고, 사랑에 아픔이 있어도 가족이 곁에 있어 준다면, 우리는 그 전반적인 만족감 속에서 삶에 고마움을 느낀다. 행복은 각 항목의 점수를 더해 평균을 내는 계산이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감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주요 구성 요소는 다섯 가지다. 물론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첫째, 가족과 사랑. 혈연이든 아니든,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는 존재.
둘째, 건강.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만큼의 몸과 마음의 여유.
셋째, 일.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내 자존감을 지탱해 주는 무언가.
넷째, 인간관계. 대단히 넓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충분하다.
다섯째, 경제적 안정.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문제는 이 다섯 가지 중 단 하나라도 극단적으로 무너졌을 때다. 건강이 망가지면 아무리 사랑받고 있어도 무기력해지고, 경제적으로 극심한 결핍을 겪으면 아무리 일에서 성취를 느껴도 마음은 마를 수밖에 없다. 단 하나의 결핍이 삶 전체를 제한한다. 그래서 행복은 완벽의 문제가 아니라 불균형의 문제다. 무엇이든 적당히 채워져 있으면 괜찮지만, 단 하나라도 크게 부족하게 되면 삶 전체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스스로의 기대치를 돌아봐야 한다. 혹시 다섯 가지 모두에서 ‘최고’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은 자기가 세운 기준 안에서만 만족을 느낀다.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세상은 늘 부족해 보이고 나는 언제나 미달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결국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문 ‘완벽한 순간’에만 행복을 허락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결핍과 불만 속에서 보낸다.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나 자신과 타협하는 기술이다. 조금 부족한 걸 인정하고, 지금 가진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다섯 개의 요소가 모두 채워지는 날은 인생에서 몇 번이나 있을까. 어쩌면 단 한 번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일 높은 기준을 들이밀며 스스로를 낙제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행복은 만점의 상태가 아니라, 부족하지 않은 상태다. 넘치지 않아도 괜찮다. 극단적으로 부족하지 않도록 돌보고 균형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충분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