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실수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나는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안다. 오늘도 실수하고 그리고 또 언젠가 실수하고 틀릴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더 나은 선택을 하려 애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 그럼에도 또다시 흔들리면서도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
그 모순적인 반복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된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를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단정하고 싶진 않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하고, 사람이기에 다시 일어선다고 믿는다.
실수와 잘못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사과보다 침묵이 편하고, 성찰보다 도망이 더 편리하다. 관계를 끊고,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선택을 해도, 그 안에 있는 내가 그대로라면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중요한 건 도피처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다. 내가 변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그 마음 위에 구체적인 행동을 하나씩 쌓아갈 때, 변화는 시작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독일 철학자 칸트도 인간이 항상 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도덕적일 수 있는 이유를, 그 불완전함을 넘어 "더 나은 방향을 향하려는 의지"에서 찾았다. 그가 주장한 것은 인간에게 완벽함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방향을 향하려는 마음 자체가 도덕적 가치라는 점이다.
너의 행위의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행위하라.
Act only according to that maxim whereby you can at the same time will that it should become a universal law.
Groundwork of the Metaphysic of Morals - Immanuel Kant
칸트가 말한 “너의 행위의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행위하라”는 문장은 얼핏 들으면 이상적으로만 들린다. 세상에 그런 기준으로 모든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칸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위대한 사람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내가 지금 하려는 이 행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도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그 마음,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내 선택을 조정하려는 의지에 "도덕적 가치"를 두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이 세상에 본래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에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처럼, 실패를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반복 속에 "인간의 존엄"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투쟁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우리는 시지프를 행복한 사람으로 상상해야 한다.
The struggle itself toward the heights is enough to fill a man’s heart. One must imagine Sisyphus happy.
The Myth of Sisyphus, Albert Camus
실수를 부정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 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다고 믿는다. 단순한 반복은 같은 실수를 낳는다. 오늘 한 잘못을, 내일도 똑같이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Repetition)과 교정(correction)이 함께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내가 공부할 때 오답노트를 만들듯이, 운동하면서 자세를 교정받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 하는 것처럼, 교정이 내재된 반복은 언제나 나를 성장으로 이끈다. 나는 나를 돌아보고, 나의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작은 수정들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완전할 수 없음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완전해지고 싶은 마음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실수를 통해 나를 알고, 그 위에 교정을 더하고 다시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한 번에 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축복받은 완벽한 사람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진 "다시 시도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더 오래, 더 깊게 사람을 움직이는 힘일지도 모른다.
나의 잘못과 실수를 돌아보며, 명동성당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봄날에 떠올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