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편안함을 찾게 되는 이유

by 유지경성

나는 때때로 새로운 것에 끌린다.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이성, 새로운 방법, 새로운 일, 새로운 물건 등. 새로움은 낯설고 자극적이며, 내게 설렘을 준다. 이 설렘은 때로 내게 선택을 하게 만드는 활력이자 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경험이 평생 새로움과 만족으로 남을 것이라 믿은 적은 20대 이후로는 별로 없다. 내 뇌는 새로운 자극에 오래 반응하지 못한다. 결국, 새로움은 익숙함이 되고, 나는 다시 '편안함'을 찾게 된다. 그래서 진짜 오래갈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게 편안함을 주는 것임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도 처음에는 낯선 새로움이었다. 삶의 경험이 쌓이며, 나는 이제 새로운 것을 볼 때 ‘이건 오래가지 못하겠구나’, 혹은 ‘이건 나에게 오래 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어느정도의 직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직관이 생겼다 해도 나는 여전히 새로움과 호기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때로는 오래가지 못할 걸 알면서도 새로운 것을 선택하고, 편안함을 잠시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는 중심을 잡는 시계추처럼 다시 '편안한 것'을 향해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된다. 방식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편안함이 가진 본질은 늘 같다.


가끔 나는 매운 음식이나 이국적인 요리를 먹으며 그 순간을 즐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담백한 집밥이 그리워진다. 뜨거운 기름 냄새나 강한 향신료보다, 따뜻한 국물과 고슬고슬한 밥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애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에게서 느끼는 호기심과 긴장감에 빠진다.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려 애쓰고, 잠재력을 믿어보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편안함'을 주는 사람을 그리워하게 된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삶의 여러 순간에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사람. 그런 관계야말로 오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운동도 그렇다. 새로운 운동법이나 화려한 프로그램에 매혹되지만,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결국 내게 맞는 루틴이다. 화려한 동작보다 다치지 않고 지루해도 편하게 반복할 수 있는 방식이 오래 남는다.


공부 역시 비슷하다. 예쁜 다이어리나 특별한 공부법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내게 맞는 리듬으로 돌아오게 된다. 신기함은 하루 이틀뿐이고, 지속 가능한 것은 결국 익숙한 내 방식이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프로젝트 방식이나 툴에 설렘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 처리 방식으로 돌아오게 된다. 화려한 방법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나만의 흐름이 결국 가장 오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좋아하는 척' 연기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 꾸준함은 내게 오는 편안한 생각 속에서 지속된다. 여기서 말하는 편안함은 단순히 육체적 편안함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단순한 힘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도 나는 어느 정도 흥미를 유지하며 내 일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명료했다. 그것이 내게 '편안함'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수동적이거나 도전정신을 잃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는 현재의 편안함에만 안주하지 않고, 나에게 더 어울리는, 더 깊은 편안함을 찾아가기 위해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으려 한다.


새로운 기회 속에서도 나에게 진정 어울리는 편안함을 찾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단순히 지금 가진 편안함에 머물러 폐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 속에 있고 싶다.

세상은 넓고, 나는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다만, 과거에 단순히 '자극'만 주었던 새로움에 대해서는 이제 조금 거리를 둘 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나를 성장시킨다. 그러나 진짜 나를 오래 지탱하는 것은 '나다운 것', '편안한 것'이다. 나는 물이 제 갈 길을 찾아가듯, 결국 나에게 맞는 색깔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색은, 때로는 은은하지만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힘을 지닌다고 믿는다.


HCMC,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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