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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17. 2024

이상한 안경

이상한 안경   


       


할아버지 주무실 때
호기심에 몰래 써 본 돋보기안경
어질어질하다
 
할아버지 안경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멀쩡한 내가 어지럽고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데
할아버지는 그런 안경을 꼭 써야 만이
잘 보인다고 하시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 돋보기는

참 이상한 안경이다.                                                                 






조약돌   




날마다 물결에 씻겨 

아프지 않고는

동글동글  

귀여워질 수가 없대요.     


하루도 빠짐없이

돌돌돌 노래하지 않고는  

반들반들

예뻐질 수가 없대요.






나도 새 옷 입고 싶어  


         


엄마는 늘 형에게만 새 옷을 사주고

나에겐 형이 입던 헌 옷을 입혀주며

딱 맞네, 참 좋다, 하신다.      


형이 물려준 헐렁한 옷을 입고

엄마와 함께 들길을 걷다가

나는 일부러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허수아비 곁에 나란히 섰다.      


허수아비도 헐렁한 옷을 입고

허허허 쓸쓸하게 웃고 있다.


나도 따라 싱겁게 웃고 말았다.

어머니도 빙긋이 따라 웃더니

말없이 내 머리통에 살짝

꿀밤 하나 먹이신다.      


허수아비도 나처럼  늘

몸집 큰 동네 아저씨들이 입던

헐렁한 헌 옷만 걸치고 있으니

기분이 안 좋을 건 당연하겠지?      


나처럼

섭섭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 표 스웨터   





엄마가 짜주신 털옷을 입으면

엄마 품처럼 포근해요.      


한 땀 한 땀

엄마의 정성이 짜여서

추운 겨울에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부잣집 동무들이

명품이라 자랑하는 비싼 옷보다

모델들이 차려입은 멋진 옷보다       

나는 우리 엄마가 정성 들여 짜주신 ,


엄마 표 스웨터가 제일 좋아요.   







송사리 학교 소풍 가는 날   




       

오늘은 송사리 학교 봄 소풍 가는 날      

송사리 학교 선생님은  덩치 큰 피라미 선생님      

1학년 송사리들이 줄을 서서  졸졸졸 따라나서자

피라미 선생님은 앞장서서

하나둘하나둘 구령을 붙이고

뒤따르는 송사리 학생들은

셋넷셋넷 발맞춰 갑니다.      


소풍이 즐거운 1학년

송사리 학생들은 선생님 따라

요리조리 졸졸졸

신이 났습니다.






고양이 눈 속에 구슬   




고양이 눈 속엔

지난번에 내 친구와  구슬치기 하다가 잃어버린

예쁜 구슬이 박혀있어요.      


가만히  다가가서

찬찬히 고양이 눈 속을 들여다보자

어느새 눈치챈 고양이가

그걸 알고 슬금슬금  

구슬을 뺏기지 않으려고   

뒷걸음쳐 도망갑니다.






거미의 아침 식사    


            


어, 벌써?

아침 해가 활짝 떴네!

학교 시간 늦겠다, 서둘러야지.      

나뭇잎 뒤편 공부방에서

늦잠 자던 어린 거미 한 마리

씩씩 눈 비비고 일어나

잠도 덜 깨어 엉금엉금

밥상머리 앞으로 기어 나온다.      


오늘 아침 메뉴는  

갓 빚은 이슬 만두 한 개에

상큼한 햇빛 소스     


빛 소스를 골고루 잘 발라서

맛있게 냠냠!

잘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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