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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여 영원히

by 로즈릴리

사계절 일년 중 지금처럼 아름답고 걷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싶다.


물론 봄이 있지만, 따가운 자외선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고 날아오르는 꽃가루가 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스크를 써도 지금처럼 바깥을 활보하기는 어렵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나뭇잎들이 발길을 수놓는다.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랑 은행잎 색색이 물든 나무들을 보며 만추의 공원을 걷는다.


지구가 우주의 여러 별들과 다르게 생명이 유지되는 것은 나무들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기꺼이 내어주는 나무들이 지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에 활발한 광합성 작용을 하다가 가을철 기온이 낮아지면서

추위가 찾아오면 지혜로운 나무들은 초록 잎에 양분을 보내기를 차단하고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영양분을 먹지 못한 초록 나뭇잎들은 엽록소가 분해되고,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는 양분을 줄기로 보낸다.


그동안 초록색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나뭇잎들은 그 자리에 노란색 또는 빨강색, 주황색 등 여러 가지 색소가 노출되어 아름다운 색깔로 나타나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어른을 위한 영어 동화 읽기 시간’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다시 읽었다.


나무들은 정말 위대하다. 나무를 보면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도 고맙지만

나무가 모여 이루어진 숲은 피톤치드와 산소를 아낌없이 나눠주어

지구가 뜨거워지지 않게 지켜주고 인간에게 치유와 쉼을 준다.


이 늦은 가을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래오래 이어지면 좋겠다.


11월의 끝자락 '만추'다.


요즘 젊은이들은 만추를 만남추천을 줄임말로 만추라고 하지만


'만추'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우리나라 남자배우 현빈과 중국의 탕웨이가 찍은 영화 '만추'다.

배경이 너무 아름답고 내가 살았던 시애틀을 배경으로 해서 더욱 추억이 돋는 영화지만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이쁘고 분위기 있는 탕웨이아무런 대사없이 말없이 있어도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고

탕웨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센치해지고 연기를 펼친 현빈과 잘 어울리는

우수에 젖을듯한 영화였다.


그리고

이런 계절에 애니메이션 '바람이 불때'가 생각난다.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영국의 '레이먼드 브릭스' 원작소설을 84분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는데

아름다운 내용만큼 그림이 매우 서정적이고 귀엽다.


할아버지 제임스는 집 밖에 사과나무를 기르고 상추와 콩을 심고 마을의 도서관에서 책과 신문을 읽는다.

할머니 힐다는 집에서 차를 끓이고 케이크를 만들며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어느 날

이틀 후나 삼일 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영국과 러시아의 전쟁으로 런던 시내에 핵폭탄이 떨어지고 방사능의 유출로

제임스와 힐다 부부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부서져 버리는데


죽음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과정을 그리면서도 마지막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전쟁과 죽음에 대처하면서도 끝까지 애틋한 사랑을 지키며

마지막 남은 블랙베리 사탕 한개를 반으로 쪼개어 나눠 먹는다.

물이 바닥나서 이제 한방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물로 차를 끓여 사이좋게 나눠 마신다.



"만약 적군인 러시아군이 지금 집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냐?"

제임스 할아버지가 힐다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힐다는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정서를 잃지 않고 웃으며 대답한다.

"지금 마시고 있는 따뜻한 차 한잔을 적군에게 건네겠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마음과 감동적인 사랑만큼 이미지나 배경도 너무 감미롭고 좋다.

다시 감상하고 싶지만

영화 채널을 모두 다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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