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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Dec 18. 202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간 ‘라이킷’의 자취를 따라가 읽은 글에서 차가운 겨울 봄을 찾는 나의 마음과 마주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들을 빼앗겨 아직 봄이 오지 않는가’


믿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믿어지지 않고 한 치 앞도 믿을 수 없다.


작게는 부엌에서 거실을 지나다가 화병의 물을 쏟거나 잘 걸려있던 그림액자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좋아하는 장소 스터디 카페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공고와, 즐겁게 다니던 영어 수업이 12월이 마지막 수업이 될지는.

크게는 죽고 싶어질 만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눈앞에서 괴로움과 예측 불확정성이 작용하는 가운데  흘러가고 있다.


 나는 성격이 유쾌하고 어느 정도 낙천적인 면이 많아서 항상 스스로 위안했다.


비가 그치면 밝은 해가 나타나고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은 여지없이 찾아와 날이 환하게 밝을 것이며 어제 검은 구름도 오늘은 검은 망토를 벗어버리고 내일은 하얗고 보드라운 양털 옷으로 갈아입고 푸르게 푸르게 떠오를 것이라고.


그러나 봄이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햇빛은 뿌옇고 겨울은 차갑다.

헐벗고 메마르고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마음에 걱정이 쌓이고 나의 근심 걱정은 한겨울의 추위와 살얼음처럼 차갑다.

잎이 남아 있지 않은 마음 가지 위에 나의 희망은 지푸라기처럼 가볍구나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해 아래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고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니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 전도서 1장 3~8절 (지혜의 왕 솔로몬의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갖는다. 실낱만 한 희망이라도 지푸라기 희망이라도 붙잡고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살얼음을 깨고 나올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간절히 기다린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주의 공의로 나를 건지소서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시편 31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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