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뚱아리야 말 좀 들어라
1년 6개월 전, 서핑을 처음 접한 뒤 그 이후의 시간은 갈증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씩 2번 해외로 서핑 트립을 다녀오기도 했고 간간히 국내에서도 서핑을 탔지만, 학기 중엔 거의 서핑을 타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서핑에 이렇게까지 내가 매달릴 줄은 몰랐다.
지금 난 발리로 훌쩍 떠나와 1개월째 지내고 있다.
그동안에는 몸으로 서핑을 하지 못했던 대신 머리로 충분히 서핑을 했었다.
평소 관심 분야에 대한 인터넷 서핑(이것도 서핑이네)으로 다져져 있던 난 서핑 팁, 이론 등을 검색해 잔뜩 수집했고(참고로 전 국가대표 조준희 서퍼의 스승으로 알려진 클레이튼의 OMBE 강의를 추천한다), 자세, 마음가짐, 파도를 읽는 법, 전부 이해했다.
난 내가 서핑을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발리에서 2주 정도 지냈을 때쯤 내 상상은 다 깨져버렸다.
1개월만에 숏보드 입문
3개월 후 내 보드 구입
1년 후 국내 대회 일반부 입상
프로 테스트 합격
내 꿈은 정말 멀리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롱보드 테이크오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발리까지 와서 그 테이크오프 하나를 못해서 귀중한 시간을 날리고 있다니 처음엔 눈물이 났다.
난 양 발목 완전파열 이력으로 인해 발목 가동성이 잘 나오지 않는데, 그에 대해 맞춤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는 6'10" 보드로 연습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테이크오프에서 헤매고 있다.
지금은 조금 내려놓았다.
내가 서핑을 잘하고 싶은 건지, 서핑이 자유롭고 싶은 수단이었던 건지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결론은 내 뜻대로 되는 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몸뚱아리로 하는 건 더.
특히 서핑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