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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by 김근상 Mar 20. 2025

여보!/ 저것 좀 봐!/ 언제 저렇게 많이 컸지.     

호수공원을 같이 걷던 아내가 어느새 흙에서 우뚝 솟은 수선화의 싹을 보고 하는 말이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어제는 갑자기 한랭 전선이 한반도에 내려왔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니, 저만치 갔던 겨울이 눈꽃 세상으로 화장하고 돌아와 있었다. 그러면서 오라고 손짓하며 웃고 있었다.      

오늘은 다시 따뜻한 봄이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 와 있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요즘 매일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산에서도 들려오고 들에서도 들려 온다. 땅 밑 얼음 밑에서도 졸졸~ 봄의 소리가 들려온다.     

젊었을 때는 가을이 좋았다. 

절대 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시를 읽으며 가을을 찬양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하며 마지막 구절에 ‘마른나무 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로 끝맺음했던 시인을 존경하기까지 했다.     

『일찍이 시인은 ‘내가 여러 새 들 중에서도 까마귀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적 내 고향에서부터였다고 생각된다. 나의 고향은 따뜻한 전라도 광주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 전남일보 <조사라> 기자     

또한 가수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노래도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가을보다는 봄이 좋다.

봄이 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봄은 만물을 깨운다. 마른 나뭇가지 위에도 물이 오른다. 겨우내 잿빛 세상을 푸른 빛의 세상으로 탈바꿈시켜 놓는다. 

호수 위에 이름 모를 새들도 활기찬 나래짓을 한다. 봄은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봄이 오면 <이해인> 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를 떠올린다.

하얀 눈 밑에서도 / 푸른 보리가 자라듯 /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 자라고 있었구나

봄은/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있었구나      

이번 봄에도 산과 들판에 가서 마음껏 꽃향기에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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