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by 필제

"네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기나 해?!"


쨍그랑 ㅡ!

조각난 유리 파편이 둘 사이를 선을 그은 것 마냥 갈라놓았다. 화이트 가의 장남 슈베르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레이몬드 어투렛. 그를 화이트 가 안에 들인 건


그건 아마 돌이 킬 수 없는 화제였다.


한참만에 입을 연 미샤 화이트는 조심스레 덧붙였다.


"난... 그가 죽은 줄 알았어, 오빠. 하지만 이번엔.. 이번에야말로 도망치고 싶지 않아.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넌 우리보다 그 가 더 중요한 것이냐? 너 하나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우리들을 외면하겠다는 것이야?!!"


"난 단지......"


"황가를 속이자? 말은 좋지, 그런데 들키면? 그럼 우린 다 죽은 목숨이야, 누이야 그는 이미 널 위해 죽음을 선택했어. 아직도 모르겠느냐? 넌 그를 기만하고 있는 거야. 상대의 의견조차 묻지 않은 채 네 멋대로 굴고 있는 거라고!"


"난.."


"넌 모두를 배신했어. 그를 데려와서 우리가 더 위험해진 거라고!"


"......."


"우리가 노예로 부려 먹히고 있을 때, 네 사랑놀음이나 하면서 멍청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


"그를 죽여, "


"만약.. 그가, 아니 레이몬드 백작이 한 명이 아니라면?"


"네 말장난에 놀아줄 여유 없다, 가문에서 나가든, 아니면 레이몬드 백작을 죽이든 맘대로 해"


말을 끝으로 슈베르트는 방을 나갔다.

*


"고귀하신 백작님께서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뭐 상관없어. 우리가 어떻게 돌아왔는데.. 안 되지.. 안돼, "

두 눈 가는 미친 사람의 동공처럼 흉흉하고 소름 끼치기 그지없었다. 그가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 당신은 살아선 안돼 '


동시에 목이 졸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어투렛은 힘껏 상대의 목을 가격했다. 순간적인 반격에 상대가 붙잡고 있던 목에 손의 힘이 풀렸다. 어투렛은 상대를 밀친 뒤, 올라탔다. 그때였다. 환청이 들린 것은, 늙은 노인의 음성이었다. 노인은 혼자서 떠들어댔다.


"내가 여기 온건 자네를 위해서라네, 그러니 감정에 치우쳐 결론을 내리지 말게"


"누군들 모르겠나, 내가 여기서 죽을 거란 걸, 하지만 일이 끝나면 전부 지워지고 말 걸세."


"백지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의 차원에 갇혀 무엇이라도 찾아내려 막바지에 다 다랄 때 즈음 결국 전부 지워져 버리지 백지장처럼 전부, 그러니 내 부탁은 자네가 이 클리세를 깨 주었으면 하네"


"재미는 충분히 보지 않았나, 이제 그만하게. 짜내는 가짜가 아니야 거짓된 무언가도 아니지"


"자네를 정의하는 건 자네 자신이지 내가 아니라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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