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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쓴글 Oct 22. 2024

문득, 생각난 것들 2

문 앞에 놓인 사랑

낯선 이에게 온 문자가 이처럼 반가울 수가 없다.

오늘 택배가 온다는 연락이다.


사소하지만 행복하다.

문자를 확인하는 그 순간, 어떤 물건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기쁘고 반가운 것이다.


... 


계단을 올랐다.

올라가는 층마다 전등이 들어온다.

밝아지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마침내 현관문 앞의 전등이 밝아졌다.

그런데 문이 보이지 않는다.

문 앞에는 계획에 없던 택배가 쌓여있었다.

현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세 개의 상자였다.

발신지를 확인해 보니 집에서 보낸 택배였다.

가방과 옷을 정리한 뒤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 가득 과자, 음식, 약간의 생필품이 들어있다.

문득, 얼마 전 전화 내용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어느새 어디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 온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였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먹을 게 있었는데 같은 투의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의 문 앞에 사랑이 놓였다.


꽃을 선물 받은 사람의 진정한 감동은 꽃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 꽃집을 가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꽃집을 가는 순간부터 이 꽃을 받아들일 당신이 얼마나 기뻐할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마운 것이라 했다.  


택배 상자 안에는 그런 과정이 들어있었다.

어디서 이런 큰 상자를 구했을까.

마트에서 구한 상자일까? 농산물 이름이 적혀있다.

상자 안에는 가득가득 당신의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만 채워져 있다.

수많은 물건 가운데 그런 것들만 당신의 눈에 들어왔나 보다.

상자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상자에 물건을 하나하나 넣었을 모습이 그려본다.

택배를 보내며 미소를 지으셨을까?


계단을 올라오는 다리가 유난히 무거운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런 날이었다.


집에 전화를 건다.

오늘따라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뭉클해 온다.

하마터면 목소리가 떨릴 뻔했다.


“택배 잘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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