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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원 Nov 01. 2024

0831746, 김진우입니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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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32세, 남자

178cm/75kg

CW기획 대리급 팀장 (Y대학 경제학과 졸)

연봉 5,300만 원 (프로젝트 별 인센티브 별도)

서울거주, 자가 X

담배, 문신이력 X (리엘 인증완료!)

<<리엘회원 상위 15% 외모!>>






0831746, 김진우입니다.

진우의 일상은 마치,

색이 빠진 흑백의 필름처럼 무미건조하다.

매일 아침 6시,

눈을 뜨면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 알람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언제 엎어졌는지 모를 졸업사진 액자를 뒤로한 채,

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다소 이를 닦고,

정장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다.

화려한 그의 직장과 커리어에 매우 어울리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마치

겹겹이 쌓인 피로와 무관심이 뒤섞여 있었다.


0831746.

그의 방에 널브러진 테디베어 인형 발바닥에 적힌 일련번호.

음, 어쩌면 그 인형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CW기획 2 팀장 0831746 김진우

그의 수감교도소와 죄수번호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가.


출근길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꽉 막힌 지하철 안,

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 있었다.

옆 사람의 어깨에 기대 자는 직장인들,

휴대폰 화면에 몰두한 사람들,

고단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노인들.

그들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 속에서

자신의 빛은 점점 바래져 가는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하면 무미건조한 업무의 연속이었다.

쌓여있는 서류와 수치, 끝없이 회전하는 회의실 문,

그리고 무감각하게 내려오는 상사의 지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때도,

문제가 생길 때도 진우는 그저 기계처럼 행동할 뿐.

그는 마치 삶의 주체가 아니라 남이 짜놓은 각본 속에서

주어진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처럼,

그래.

죄수번호 0831746처럼 느껴진다.


점심시간도 그에게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동기들과 나란히 앉아 형식적으로 몇 마디 나눈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식사마저도 마치 기계가 연료를 채우는 것처럼,

늘 아무런 감흥 없이 넘어가 버렸다.


시간이 흐르며 그는,

점차 스스로의 삶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이 겹겹이 쌓여가는 무의미한 파편들처럼 느껴졌고,

그것들이 모여 결국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시면류관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살던 그에게,

찬란하고도 고통스러운 이벤트가 하나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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