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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사게 Oct 21. 2024

오사게 덥다

  

 새벽 5시, 아빠가 병원에 투석하러 가는 시간입니다. 엄마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당근을 채 썰고 계란을 풀어 계란말이를 만듭니다. 어느새 6년이나 되었습니다. 나갈 채비를 마친 아빠가 식탁에 앉아 계란말이를 드십니다. 다 드신 후 이쑤시개를 찾아 치아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쑤셔댑니다. 소리도 냅니다. 촌각이지만 길~게 느껴집니다.

      

외식을 하면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같은 소리를 냅니다. 혀를 치아와 잇몸 사이에 압축했다 떼어 내며 “짭 쯕 쓰~읍” 소리를 냅니다. 좁은 차 안이기 때문에 마치 확성기를 통해 안내 방송 듣는 것처럼 크게 들립니다. 아빠의 오랜 습관이어서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소리에 예민한 저는 신경이 쓰입니다. 나중에 그런 소리도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만요. 

     

아빠가 병원으로 가시자 엄마가 집 앞 텃밭에 가자고 합니다. 곧게 뻗거나 새우처럼 구부러진 채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자고 합니다. 해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자부터 챙깁니다. 모기 때문에 아래 위 긴 옷을 입고 장화 그리고 가위와 엉덩이 의자도 필수입니다. 일은 엄마의 반, 복장은 엄마의 두 배입니다. 한 고랑씩 나누어 고추를 땁니다.     

“이리저리 들쳐보고 빨갛게 익은 놈만 따.” 

고추를 딸 때마다 엄마에게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따고 보면 한쪽을 빨갛고 반대쪽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비료포대 안으로 던집니다. 엉덩이 의자 끄는 소리와 가위로 고추 꼭지 자르는 소리만 들립니다. 이마와 뒷목에서 땀이 미끄럼을 탑니다.       

“집에 가서 시원한 물이나 가져와라.”

침묵을 깨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벌떡 일어나 시원한 물과 컵을 들고 다시 밭으로 왔습니다. 비 맞은 생쥐 모습을 한 엄마가 물을 들이켜며 한마디합니다.     

“오사게 덥다.”     

‘꿀꺽 꿀~ 꺽’ 목을 타고 내려가는 물소리가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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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사투리 사전: 오사게

오사게는 굉장히, 지독하게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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