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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작가 Nov 08. 2024

반전의 반전,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모르고 가야 감동 100배!

오늘은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 가는 날이다. 

며칠 째 국립공원만 갔어서 긴 시간 운전해서 가는 것도 좀 부담스럽고 또 느낌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별 기대 없이 출발했다. 

그래도 '아침마다 새롭고 늘 새로우니' 찬양 가사처럼 오늘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시리라 기대하며 ^^


그나저나 6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 터져 길을 잘못 들어 40여분이 더 플러스가 됐다.


차 안에서 아이들이 싸워서 기분이 좀 안 좋아 잠이 들었는데 눈 뜨고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엄청나게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과 물이 보여서...

가는 길이 멀기도 하고 별로 기대를 안하고 가는 중이었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가 눈 앞에 펼쳐진 초목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가파른 언덕길에, 비포장 도로, 꺾인 도로까지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지만 그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가는 중간에 아름다운 호수가 나왔는데 마음까지 아주 차분해지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 Historic Grand Lake >

어떤 중요한 히스토리가 있길래 호수 이름에 붙여졌을까...

가는 길도 이리 아름다운데 목적지인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어떨지 더 궁금해졌다.


저 아저씨 ㅋㅋㅋ

로키마운틴을 향해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데 엄지손가락을 흔들며 차를 좀 태워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태워주려고 멈췄더니 문을 열고 동양인이라 많이 당황하셨다. ㅋㅋㅋ

사연을 들어보니 보트를 타고 가족들과 아래로 내려왔는데 가족들을 두고 차를 가지러 집에 가야한다고 3마일 정도만 가서 내려달란다. 주저리주저리 얘기도 잘하신다. 보트가 많다고 탈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보트를 타고 싶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기에 그냥 시간이 없다 말하고 내려드렸다. 


긴 시간 아이들은 차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하고, 틈틈이 수학 문제집도 풀었다.

학습지 선생님께서 1년간 여행하면서 공부도 쉬지 말라고 세상에 떠나기 하루 전날 수학 학습지를 대략 봐도 70여권을 챙겨다 주셨다. 정말 깜짝 놀랐다. 

'저기... 선생님, 학습지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말입니다. -,-;;'

가져갈 짐이 많았지만 선생님 정성을 생각해서 그거 한 권도 안 빼놓고 다 가져왔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근데 열심히 노느라 

10권도 못 풀었지 말입니다 ㅠ.ㅠ


솔직히 별로 기대를 안하고 갔던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었다.

그런데 들어서면서부터 생각이 완전 180도 달라졌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의 생생함이 쫘~~~~~악 펼쳐진다.


< 바싹 건조한 사막에서 푸른 초장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 >

감동의 눈물이 맺힐만큼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다웠다.

티격태격 하던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녹여버린 로키마운틴...


< 한 폭의 그림 >

이 시간만큼은 정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며칠 째 계속 캐년을 돌며 큰 바위덩어리들만 보다가(좋다 할 때는 언제고 ㅋㅋ) 오늘 로키마운틴에서 펼쳐진 푸른 숲과 시원한 강물을 보고 있으니 정말 내 마음 속까지 맑게 씻어지는 것 같았다. 


어쩜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지... 싱그러운지... 선명한지...


어제 차를 타고 오면서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저~기 산 꼭대기에 이렇게 더운 날에도 눈이 덮혀 있어서 신기했었는데 오늘 그 산이 더 가까워졌다. 

조금 뒤에는 그 설산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아까보다 더 많이 기대하시랏~!!


너무 이뻐, 너무 사랑스러워, 너무 귀해, 너무 감사해... 


자동차를 타고 위로 올라갈수록 그 눈.. 산이 우리 앞에... 옴마나... 세상에나... 여름에 눈이라니...!


< 아무 생각없이 빠졌다가 고통 중... ㅠ.ㅠ >

눈을 보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에 차를 세워 아이들이랑 같이 직접 만져봤다. 쌓인 눈 위를 걸으며 찬, 강이 슬리퍼가 눈 속에 깊이 빠져 찾느라 아주 애를 먹었다. 아빠 손이 꽁꽁 얼어붙어버림...-,-;;


조금 더 가면 아까처럼 흥분하며 차를 세우지 않아도 될 뻔했다. 가는 곳마다 얼마든지 눈을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

우리는 거기가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그렇게 흥분들을 하셨다지...-,-;;


금방이라도 엘사와 안나, 울라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ㅋㅋ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는 진풍경... 미국에 와서 가장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느~~~무 멋지고 아름다워~~~


한 컷, 한 컷 너무 아름답고 소중하구나... 이 기억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으면...

달리는 내내 이 아름다운 풍경은 이어졌다. 

기대를 안 했던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보게 되다니...!


이 치켜든 엄지손가락이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을 다 표현 해주고 있는 거다. ㅎㅎ

가슴이 정말 뻥 뚫리는거 같다는 느낌이 바로 이 느낌일 것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과 공기도 한 몫 거들었다. 


멋진 설경을 보고 내려오며 아직 그 설레임이 채 식기도 전에 이 근처에 세계 1000위 안에 드는 호텔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 STANLEY 호텔 >

외부도 그렇지만 내부도 상당히 엔틱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였다. 

하룻밤 묵으며 내 집처럼 누리고 싶었지만 유명한 만큼이나 가격도 비쌀터...ㅋ

그냥 여기저기 구경만 하며(우리 말고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어 보였다 - 이렇게 위로하련다 ㅋㅋ) 사진만 찍고 나왔다.

호텔 안에 레스토랑이 몇 군데 있었는데 여유롭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보니 배고파진다. 

어여 가서 밥하자!!


멋진 호텔이고 뭐고 우린 그냥 마트 왔을 때가 가장 좋다. ㅋㅋㅋ


코아 캠핑장으로 돌아와 텐트를 치고 날씨가 추워져 불을 지폈다. 

한 쪽에선 밥을 하고 한 쪽에선 텐트 치고... 아이들이 이젠 제법 텐트 치는 걸 잘 도와준다. 

기특한 녀석들... ^^

참고로... KOA 캠핑장은 미국에 셀 수도 없이 많다. 어느 지역을 가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이것도 연간 회원권을 끊으면 10프로, 혹은 아이들 한 명은 무료..(지점마다 다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앞으로도 2달 이상을 캠핑하기 때문에 가입비 27불 내고 회원권을 사는게 훨씬 더 유리했기에 구매했다.

오늘 캠핑장도 원래는 하루에 36불인데 할인 받아 이틀에 64불을 결재했다~^^


꿈만 같았던 오늘 하루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그랜드캐년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곳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고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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