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 하늘!
점심 이후 들른 한강변 카페엔 사람이 많았고, 실내는 좀 더운듯싶어 야외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강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카페 마당, 한강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자리에 파라솔 대여섯 개가 있었습니다. 커피와 빵을 놓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남녀가 있었는데 이들 옆에 유일한 빈자리가 있었고, 그곳에 앉다 보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말 카페의 분위기는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 아닌가요?
이분들은 상당히 심각했어요.
그래서 더 잘 들렸나 봅니다.
(여) : 오빠, 차는 좀 더 있다 사자 ~~
(남) : 왜에?? 알잖아 나 차 필요한 거.
(여) : 알지~, 근데 지금은 집을 사야 될 거 같아. 조금 있으면 전세금 올려줘야 하는데 모아놓은 돈으로 차를 사면 어떻게 해. 그럼 월세 가야 돼.
(남) : 차가 있어야 돈을 버니까 일단 차 사고 집은 나중에 사자. 전세로 살아도 되잖아. 비싼 집을 어떻게 사. 안 돼, 하여간 나는 차 없으면 안 돼.
(여) : 아직 쓸만하잖아. 고장 난 것도 아니고, 단지 오빠가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거잖아.. 그거야말로 좀 뒤에 해도 되지 않아? 우리 둘 다 버니까 일단 집 사고, 더 아껴서 차 사자 응???
(남) : 야! 집만 있으면 뭐 해. 집값 떨어지고 있다는데. 차가 있어야 돈을 벌지.
(여) : 오빠, 내가 어느 부동산에 물어봤는데, 집값은 안 떨어진데, 계속 오를 거라 하더라.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은 특히 내리지 않는다고. 지금 현재 오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많던데...
(남) : 야! 그건 부동산 사장이 돈 벌려고 하는 말이고, 집값이 왜 오르냐? 이렇게 썩은 아파트가.
(여) : 아니야, 오래된 아파트도 내부만 고치면 살 수 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 나 내 집에서 살고 싶어. 전세금 올려줘도 마음이 편치 않단 말이야. 늘 임대인한테 '을'인 것 같아서 싫어.
(남) : 그게 뭐 어때서.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너는 너지.
(여) : 우리 아직 아기도 없고, 둘이 벌면 한 달에 천은 버는데 사실 저금하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잖아. 이번 적금 만기에는 집을 사고 싶어. 좀 생각해 봐 응?
(남) : 야! 나는 하여간 차가 있어야 돼. 그니까 차는 할부로 살 테니까 적금은 네가 알아서 집을 사든지 말든지 해. 난 차를 이번에 꼭 바꿀 거야.
(여) :아니,,, 차를 할부로 하면 할부금 나가잖아.
(여) : 그만큼 나는 집이 절실히 필요해. 그리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저금하는 것보다 집을 사야겠어. 신혼부부한테 대출해 주는 거 이자 싸다고 하던데. 오빠는 알아보지도 않고.
(남) :(아무 말 못 한다)...................
(여) : 내가 근 2개월간 오빠한테 말했어. 그런데 내 말을 진지하게 받기는커녕, 차 사달라고 졸라대기만 하고, 사실 오빠 차 아직 5년도 안된 차야. 남들이 보면 욕해.
(남) : 남들이 왜? 나한테 필요한 건 차야. 차로 돈 버는 사람이고 차에서 하루 종일 생활해. 그니까 차가 좀 좋아야 한다고. 내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문제야. 내가 벌어서 낼게. 너 벌어서 집 사.
(여) : 지금 차도 충분히 안전해, 그니까 견적서 받아와.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차 견적서 받아와.
(남) : 진짜? 진짜다 너.
(여) : 응 꼭 받아와. 그 견적만큼 돈 줄 테니 이혼 도장 찍자.(여자가 휑 가버린다)
(남) :뭐??? 야~~~
남자는 금방 일어나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다 창피한지 고개 숙이고 훽돌아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