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언젠가, 다 타지 않은 불꽃을 스스로 끄기 위해
나에게 반지하나를 남겼다
나는 그 꺼져가는 불꽃을 되살리고
시커멓게 그을르고 구부러진 반지를
눈부시고 둥그렇게 살려냈다
나를 기억 못 하는 그 눈은
빛의 흔적을 쫓다 나의 검지에 머물렀다
반지가 없다고 물어온다
빛이 있어야 할 곳에
빛이 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긴 탓일까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빛은 기억하는구나
그 반지는 어디에 있을까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