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방 창문 너머에 오랜만에 쏟아지는 비를 구경한다.
이 비가 필요한 사람들의 손길에 닿길 바란다.
청소하다가 만 책상
이미 읽은 책들과 아직 읽지 못한 책들
책이 많아 앞으로 두 줄씩 책을 꽂은 책장
약간의 틈 틈 사이에 자리 잡은 피규어들.
나는 피규어를 이렇게 많이 산 적이 없는데..?
책장 맨 위에 올려다 놓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
이들이 세월을 먼지로 받아들이면 안 되니 시간 날 때마다 먼지를 닦아준다.
카메라 틈 사이에 같이 놓여 있는 아직 쓰지 못한 필름들.
이들의 기록은 언제쯤 쌓이기 시작할까.
필름이 쌓여 있는 거 보니, 내가 아직 여유가 없나 보다.
책장 기준 왼쪽에는 옷장이 있다.
주인 찾지 못한 옷걸이들
개어져 있는 속옷과 양말들, 아디다스 속옷은 아빠 거라니깐.
옷 장 옆에 있는 화장대
아껴 쓰는 향수, 쓰다 만 바디스프레이
군대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수분크림과 로션, 선크림
가끔 아주 가끔 쓰다 보니 아직은 어색한 헤어스프레이
벽에 붙어 있는 토이스토리 포스터들과 내가 찍은 풍경 사진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고등학교 1학년때 두 달 동안 맞췄던 3000피스 인사이드 아웃 퍼즐 액자
침대에서 나와 함께 밤을 맞이해 주는 토이스토리 인형들
인형들 사이에 꽂혀 있는 아이패드
나를 품어주고 있는 이 공간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