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불안하고 답답하고 겁이 나지만,
어느정도 살아보면 언젠간 불어오는 바람이 가는 도착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가는 계절에 아쉬움을 느끼는 세월이 온다면 그때 쯤이면 피어올라 만개했다 지는 꽃의 생애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떠난 사람들 보단, 만나야하는 사람들이 많은 청춘이기에.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되, 나라는 들판에 남아 있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건 까먹지 말자. 그렇게 사람을 남기고 떠나 보내다 보면, 그리움이 심은 씨앗이 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서른 컷 간신히 찍는 필름을 닮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더 찍고, 남기고픈 시간과 감정이 많아 필름한 롤 사용한 것만으로는 충분함을 느끼지 못해.
나의 작은 경험의 폭으로는 바람의 도착지와 꽃의 생애를 알수가 없어. 작은 경험으로 배운 건 남기고, 쓰고, 읽는 방법뿐이야.
그래도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지금 까지 만나온 실패와 고난의 시간이 더 많이 찾아온다는 것. 늘 간신히 침몰하지 않고 잘 견뎠지만,
앞으로는 더 큰 파도가 찾아오고 나는 그 파도를 비켜갈 수 없다는 거.
그 많은 파도에 침몰하지 않는 해답이
불안하고 답답해 하는 내 자신과 스쳐지나가는 모든 인연들 그리고, 남기고 쓰고 읽는 모든 걸 사랑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걸 내 삶의 가장 큰 의미이자, 목표로 잡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