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오늘은 조금 분주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오늘 써야 하는 글의 할당량을 쓰고, 12월에 있을 청소년 친구들 대상으로 글강의를 준비했다. 10시쯤 집에 나와 학교에 도착해 수업을 듣고 책을 입고하러 책방을 갔다. 중간중간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땐 카페에 가 10월에 찍었던 제주도 웨딩스냅사진들을 보정했다. 오늘 그러고 보니 밥을 못 챙겨 먹고 일만 했다. 못 챙겨 먹는 나를 늘 혼내는 형 누나들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연락은 안 왔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기에, 그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나는 감사하고 겸손하게 늘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오늘은 쫌 쉽지 않은 하루였다. 밤 9시쯤 시청역에서 인천역 가는 1호선 전철을 탄다. 함께 전철을 타는 사람들, 대화를 해보지 않아도 쉽지 않았던 일상이라는 것을 얼굴이 설명해 준다. 전철을 탄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작은 세상으로 들어간다. 조금이나마 여기 세상에서 받은 피곤함을 줄이기 위해서. 부천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빠지고, 내가 앉아 있는 대각선 자리에 앉아 계시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의 한 손을 깍지 끼고는 있지만, 서로가 얼굴은 바라보지 않고 울고 있었다. 그냥, 흐르는 눈물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남자는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울고 있는 여자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커플의 눈물이 반갑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커플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 커플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평쯤 왔을 땐 지하철 그 칸에는 나와 그 커플뿐이었다. 부천역 그전부터 나랑 같이 이 커플은 함께 앉아있었던 거 같은데, 그럼 약 1시간 정도 울고 있었다는 말인데 이제는 이 정도가 됐을 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헤어졌나? 그러기에는 서로 손깍지를 잡고 있는데? 싸웠나? 그러기에는 미안하다는 용서를 서로 구하지 않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저 두 사람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안역에 도착했을 때 여자가 먼저 일어나 전철에서 내렸다. 눈인사만 한 후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나서야 남자가 울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울고, 동인천역에서 함께 내렸다. 동인천역 10-1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남자의 울음파도는 더 커지기 시작했다. 전철을 갈아타는 척하면서 남자의 슬픔을 지켜봤다. 남자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고 그냥 지나간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남자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사실 부러움이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슬픔을 인정하고 하염없이 슬픔을 누리는 그 남자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슬퍼하는 게 어렵다. 찾아오는 슬픔에 긴장하고 슬퍼하지 않으려고 매 순간 노력했던 나는 어느 순간 슬퍼하는 방법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찾아오는 슬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고이는 것이다. 그리고 고이는 그 장소를 나는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어려움이 있는 나에게 그 남자의 슬픔은 부러움이었다. 고인다는 것은 언젠간 썩기 시작할 테고, 썩은 그 감정은 마음의 병이 될 테니, 나도 슬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까먹었다. 30분 정도 울고 남자는 일어나 개운한 한 숨을 쉰 후 심호흡을 시작했다. 그리고 전철역을 나가기 시작했다. 나가기 시작한 그에게 나는 내 가방에 있던 휴지를 건네줬다.
"기운 내요.
당신에게 찾아온 감정보다 당신은 더 강한 사람일 거예요."
"...감사합니다."
스몰위로를 전하고 나에게 감사를 표한 후 뒤돌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냥 바라봤다. 어쩌면, 나는 그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 같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요. 슬픔을 인정한다는 건 그만큼 용기가 필요할 텐데, 당신은 강하고 멋진 사람인 거 같아요. 슬픔을 내보냈으니, 행복이 당신에게 들어가겠죠. 그런 마음의 순환을 할 수 있는 당신은 참으로 건강해 보여요. 너무 무너지지 말아요 그러기에는 당신은 멋진 사람인 거 같아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