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2022). 『급류』 짧은 후기

by 임성빈

안녕하세요, 밀리의 서재에서 “급류”를 읽었습니다. 20세 이후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는 게 처음인 것 같은데, 조금씩 남겨볼까 합니다.

급류는 평소 연애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챙겨 보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기본적으로 관계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만 일반적인 사랑은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상세히 따지기보단 나의 가치관을 투영하여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감정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감정을 내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와 대사들이 합리적이고 살을 에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자해와 같은 만남들이 이어졌고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쉽게 만나던 도담이 쉽게 떠나면 그들은 도담에게 무서운 사람이라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가 제대로 된 사랑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도담에게 천벌을 받을 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담은 그 말을 비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천벌이라면 이미 받았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술병 옆에 엎드려 술잔을 바라보는 도담이 떠오릅니다. 도담의 사랑을 보면 사랑이 온전히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모든 사랑이 축복받아야 할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교과서적인 관계와 아름다운 면만 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사지가 분쇄된 사람 앞에서도 사랑 예찬을 할 수 있을까요?

‘급류’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위험지대에 가지 않을 것, 위험 문구를 따를 것, 술을 마시고 입수하지 않을 것, 안전물품을 착용할 것, 보호자와 함께 할 것. 그러나 사랑에 휘말리지 않는 법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똑하든 계산적이든 경험이 많든,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각기 다른 사랑을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필연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륜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창석과 미영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아픈 아내를 두고 저지른 불륜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그 모습이 창석과 미영의 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폭포를 통해 도담은 그들의 양심과 내면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출입 금지구역에서 수영하는 소방관, 랜턴 빛이 쏘아지자 ‘어떤 새끼야!’라고 소리치는 평소엔 다정한 아버지. 의도적인 장치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 도담과 해솔은 헤어졌고 각자의 사랑을 했습니다. 청소년기의 끔찍한 경험 때문인지 억압된 둘 사이의 관계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건강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계속해서 괴롭혀왔습니다. 말 그대로 도담은 가벼운 관계를 일삼았습니다. 해솔은 “방금 너는 우리가 보낸 시간을 모욕한 거고, 내 6년을 다 쓰레기통에 처박은 거야”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야기 끝에선 결국 둘이 재회를 합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마주하여 응어리도 풀고 미래도 약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냥 축하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담과 해솔로 인해 소모된 관계들이 아른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실제로 도담의 연인 중 한 명은 “보면 주인공이 연인과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조연. 그게 내 팔자는 아닌 건가 싶어.”라고 말합니다.

“급류”는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꽤 재밌을 것 같습니다. 모든 창작물들이 그런 가능성을 가지겠지만 하나의 각본을 보는 듯했습니다. 특히 해솔이 뉴스에 나오는 일화들, 결말의 내용들이 드라마에서 쓰기 좋은 요소들입니다. 전부 읽고 나니 “구의 증명”이 떠올랐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구의 증명”이 마니악 하다면 “급류”는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구의 증명”이라고 느꼈습니다.

@메모해둔 구절

- 68p ‘꼭 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더 망나니짓을 할 수 있는 어린아이 같았다’

- 104p ‘자해와 같은 만남들이 이어졌고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쉽게 만나던 도담이 쉽게 떠나면 그들은 도담에게 무서운 사람이라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가 제대로 된 사랑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도담에게 천벌을 받을 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담은 그 말을 비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천벌이라면 이미 받았다.’

- 237p ‘도담 씨, 그런 얘기 들어 본 적 없어? 7년인가 지나면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가 교체된대. 10년이면 도담 씨 온몸의 세포가 교체된 거야. 그러면 이제 도담 시도 그 사람도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 263p ‘해솔아,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너는, 너를 용서했니?’

- 267p ‘도담은 그날 이후 자기 감정을 의심하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면 강하게 의심했고 행복을 느끼면 자신이 겪게 될 낙차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에도 맘껏 행복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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