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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드는 방 Nov 18. 2024

빵과 음료: 커플매칭의 법칙

 당신의 소울빵, 최고의 짝꿍을 찾아드립니다

소금빵, 크루아상, 마카롱, 베이글, 수플레, 도넛..... 어딜 가나 맛있고 예쁜 디저트 카페와 베이커리가 넘쳐나는 요즘. 이 어찌 빵 덕후들의 태평성대가 아니란 말인가! 세련되고, 고급지고, 맛있는 빵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빵 계의 수지(첫사랑)는 언제나 소보로빵이랍니다.


초등학생 시절(국민학생이었네요, 저는) 엄마가 간식으로 준비해 주셨던 소보로빵과 우유 한 잔. 보름달 같이 탐스런 소보로 빵을 접시채로 들고 우선은 고소하고 달콤한 소보로를 엄지와 검지로 조금씩 떼어먹었죠. 소중한 소보로는 아무리 아껴먹어도 봄날에 눈 녹듯 어찌나 빨리 내 입속으로 사라지는지. 소보로를 다 먹고 빵만 남아 섭섭해질 때쯤이 비밀병기 흰 우유가 등장할 베스트 타이밍입니다. 그 시절 소보로빵의 속은 부드럽고 달달한 크럼블과 완벽히 대비되는 퍽퍽하고 밍밍한 반전 식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죠. 시원한 우유는 한참을 씹고 꿀꺽 삼켜도 목 막히게 뻑뻑한 빵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넘겨주는 역할을 담당했답니다. 소보로빵과 우유는 세트로 먹어야 비로소 그 매력이 온전히 발휘되는 완벽한 2인 3각 커플이었다고나 할까요?

한몸처럼 움직여야 산다! 우리는 셋뚜셋뚜, 2인 3각의 법칙!

이처럼 빵에 맞춤옷처럼 꼭 맞아떨어지는 음료는 안 그래도 맛있는 빵의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줍니다. 당신의 소울빵은 무엇인가요? 이왕 먹는 빵, 최고로 맛있게 즐겨야 하니까. 당신의 최애빵에 딱 맞는 천생연분 짝꿍 음료를 소개합니다.


1. 소보로빵 + 바닐라 밀크

크럼블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부드러운 바닐라 밀크와 완벽하게 어우러져요. 우유는 기본이지만 바닐라 향을 추가하면 소보로빵의 풍미가 한층 더 풍성하게 살아날 거예요!


2. 크루아상 + 카페라떼

버터리하고 겹겹이 쌓인 크루아상의 풍미는 진한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부드러운 라떼와 환상의 조합! 프랑스의 아침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전적인 매치를 추천합니다.


3. 베이글 + 아메리카노 

심플한 맛과 식감이 매력인 베이글.  아메카노의 쌉싸름하고 깔끔한 맛이 담백한 베이글의 고소함을 살려주기엔 딱이죠. 크림치즈가 발린 갓 구운 베이글이라면 말모말모!


4. 소시지빵 + 시원한 맥주

짭짤한 소시지와 부드러운 빵의 조합은 맥주와 찰떡궁합! 특히 라거처럼 깔끔한 맛의 맥주가 기름진 소시지의 맛을 싹 잡아줘요. 식사대용으로 즐기고 싶을 땐 묵직한 에일 한 잔에 프렌치프라이까지 함께 곁들여 보세요. (아, 칼로리와 뱃살에 대한 부담은 잠시 내려놓으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ㅎㅎㅎ)


5. 티라미수 + 디저트 와인 (모스카토)

부드럽고 달콤한 티라미수는 과일향이 풍부한 모스카토와 아주 잘 어울려요. 커피와 마스카포네 치즈의 풍미가 와인의 달콤함과 만나면 완벽한 디저트 페어링이 완성되죠. 흑백요리사 열풍으로 핫한 밤티라미수는 와인에도 좋지만 밤막걸리와도 함께 즐겨보시길 권해요.


6. 스콘 + 얼그레이 티

스콘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차와 잘 어울리는데, 얼그레이 티의 은은한 베르가모트 향이 스콘의 고소한 맛을 한층 살려주죠. 잼이나 클로티드 크림과 함께라면 브리저튼의 귀족 아가씨 부럽 않은 영국식 티타임 완성!


7. 더티초코 + 말차 라떼

더티초코의 진한 초콜릿 풍미와 말차 라떼의 쌉싸름한 녹차 맛이 대조적이면서도 묵직한 조화를 이루죠.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조합은 마치 완벽한 한 쌍의 커플이 추는 왈츠처럼 경쾌하고도 인상적이랍니다.


빵과 음료, 오늘의 커플 매칭 성공적이었나요? "Coffee and bread are a match made in heaven." 천국에서 맺어준 환상의 짝꿍이라는 커피와 빵. 하지만 커피랑만 즐기기엔 세상은 넓고 빵의 세계 또한 무궁무진하죠. 오늘도 빵덕후 햇살이는 좋아하는 빵을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최애빵에 어울리는 최고의 음료를 찾아 어슬렁거립니다. I'm still hungry. 혹시 아나요? 빵에 어울리는 음료를 찾아가는 여정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와 함께 전국방방곡곡 빵 맛집을 찾아다닐 새로운 친구라든가, 익숙했던 빵 맛에 새로운 킥이 되어줄 뜻밖의 찰떡궁합 음료 같은. 그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찾아와 준다면 금상첨화, 생크림 얹은 단팥빵이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빵을 먹습니다. 맛있게, 즐겁게, 행복하게.


"나랑 같이 빵 먹으러 갈래요?"



세상에 아무리 맛있는 빵이 많아져도.... 첫사랑의 기억은 언제나 선명한 법. 소보로야, 내일 만나러 갈게?



빵 덕후 햇살이의
<소보로빵, 어디까지 알고 있니?>
하나, 소보로빵의 "소보로(そぼろ)" 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원래 "잘게 부순 것" 또는 "부스러기"를 뜻한다고 해요. 빵 위에 뿌려지는 크럼블(부스러기) 모양의 반죽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죠. 우리나라에는 일본 제과 기술이 전래되던 시기에 소보로빵이 도입되었고, 이후 우리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화하며 세대불문 사랑받는 간식이 되었어요.

둘, 옛날에는 소보로빵이 저렴하면서도 크기가 커서 아이들 간식으로 최고였어요. 학교 앞 빵집이나 분식점에서 팔던 소보로빵은 우유와 세트로 인기를 끌었죠. 소보로빵의 부스러기를 덜어내서 친구들과 나눠 먹거나, 크럼블만 따로 모아서 먹기도 하고, 떼어낸 크럼블을 꾹꾹 눌러 쿠키처럼 빚어먹는 등 “소보로 먹는 법”도 각자 달랐답니다. 손에 묻은 소보로가 아까워 혀로 핥아먹기는 기본.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잔뜩 떨어지는 크럼블 가루 때문에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아본 사람 손?

셋, 1980년대 후반, 국민학생이던 글쓴이가 즐겨 먹던 소보로빵의 완성도는 당시 한국의 제과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소보로빵은 겉면의 바삭하고 고소한 크럼블과 대비되는 속의 퍽퍽하고 밍밍한 식감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제빵 기술과 재료의 한계로 인해 빵의 부드러움과 풍미가 현재와 비교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당시에는 밀가루 품질이나 제빵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빵의 식감이 다소 퍽퍽하고 건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유와 함께 소보로빵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우유가 빵의 건조함을 보완해 주었죠.

넷, 요즘은 전통적인 소보로빵에서 벗어나 다양한 버전이 나왔어요. 커스터드 크림이나 팥소를 넣은 소보로빵은 물론이고 초코 크럼블 소보로빵 같은 변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소보로 빵 안에 땅콩크림이나 피스타치오 크림을 듬뿍 채워넣거나 고소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을 넣은 빵빵한 소보로 빵도 인기랍니다. 클래식 vs 신상.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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