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의 최후
나는 유우명한 빵순이다.
한 번 살 때 많이 사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다람쥐가 겨울창고에서 꺼내먹듯이 하나, 하나 매일매일 녹여서, 덥혀 먹는 것을 즐긴다. 이 방법을 알고 있으면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빵집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 하나만 사는 건, 사춘기 집 나간 싸가지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인내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도장파괴
도복 갖춰 입고, 허리띠 꽉 졸라맨 무도인처럼, 유명하다는 베이커리는 다 가봐야 직성이 풀렸다. 전투복을 갖춰 입고 오픈런을 외치며, 들어가자마자 기다란 집게를 쌍절곤처럼 집어 들고, 아뵤~ 아뵤~ 하면서 휘두르듯이 남들이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생각할 시간에 재빠르게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마지막 빵을 낚아 챈다. 망연자실한 그들의 표정을 뒤로하고, 무쌍을 시전하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계산대로 쟁반을 들고 간다.
그렇게 열심히 간판을 모으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세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게를 털어댄 건지 알 수도 없는 긴 시간 동안.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른 자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 혈관이라는 자 올시다.
그동안 내가 파괴한 것은 도장이 아니라 내 건강이었나 보다.
건강 검진 결과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내 성적표는 F마이나였다. 시험 기간에 게으름 피우다가 낙제점을 받은 학생. 그게 나였다.
밀가루를 멀리 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그와 나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인 걸. 우린 만나서는 안될 운명.
창문을 열어 다오~~
오, 밀가루여. 당신은 어째서 밀가루인 건가요!!!
잘못된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나 버리고...
건강회복수개년의 계획을 짜 본다. 다음 검진 때에는 반드시 B쁠이상을 받아오리라 맹세를 하며, 냉동실에 있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이제는 매일매일 먹던 빵.
야무지게 삼일에 한 번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