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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인사이트트 Oct 24. 2024

듀오에서 결혼한 사람 이야기 #5

첫 번째 남자 : 에너지 공기업 다니는 냥군

카페에서 우리는 두 시간가량 열심히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나름 즐거웠지만, 머릿속에선 자꾸 팔짱 사건이 떠올랐다. '이 남자 내가 별로인 거면 그냥 집이나 빨리 보내주지.' 


자연스럽게 헤어질 타이밍을 찾아 그와 헤어졌고, 3시간 동안 연락은 없었다.


그래, 역시 매너 상 두 번 본 거구나.


조금 아쉬웠다. 카페에서 대화하면서 냥군에게 품었던 연심을 조금씩 지웠지만, 그게 몇 시간 만에 지워지면 내가 사람이 아니지.


듀오에서 받은 다른 프로필도 한 번 보고, 새로운 남자에 대해 공부 좀 해볼까? 하는 찰나에 냥군에게 카톡이 왔다.


'자고 이제 일어났어요. 잘 들어갔어요? 다음에 또 언제 만날까요?'


이 남자 종잡을 수 없다.


대체 왜 나를 세 번이나 보려고 하는 걸까?



내가 마음에 들었다면 팔짱 허락 좀 해줘라! 어! 그거 좀 닳냐?

나 지금 결혼해서 외간남자한테 팔짱 함부로 낄 수도 없는데, 그때 억지로라도 끼워볼걸!

어, 냥군 왜 그때 팔짱 안 내줬냐고!!! 이글 보면 꼭 댓글 남겨 알았어?



후... 각설하고, 다시 냥군에게 카톡 왔던 시점으로 돌아가겠다.


냥군과의 두 번째 데이트가 끝난 후, 유학한 친구에게 냥군에 대해 상담했다.


"냥군.. 혹시 게이 아닐까?"


그리고 인터넷에 게이랑 선본 썰이나 게이랑 결혼한 썰 같은 글들을 박박 긁어서 읽어봤다.


얼추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냥군은 벌써 자가 아파트가 있다고! 그리고 게이면 어때. 벌고 잘생겼잖아? 그거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 생각해'라며 자기 합리화도 했다.


이렇게 긍정으로 코팅한 내 멘탈을 부수고 들어온 팔짱 사건. 친한 남사친한테 물어봐도 '이건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대답뿐.


결국 나는...


냥군을...

옥택연 (냥군과 제일 비슷하게 생긴..)


잘생긴 냥군을...!!


포기했다....


냥군이 게이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빠 퇴직 전에 결혼하겠다는 나의 목표를 위해 더 확실한 남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남편의 늘어진 뱃살을 보면 생각한다.


'냥군이랑 그냥 더 만나볼 걸 그랬나...? 냥군이 차기 전까지 그냥 붙어있어볼걸..'


(두 번째 남자는 과연 어떤 남자인지 궁금하시면 다음화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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