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남자: 9급 공무원 모군
듀오를 할 때 매니저가 물어본다. 남자 볼 때 어떤 걸 보냐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말한 대답과 실제 만났던 남자들은 거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저는 나이도 안 보고요. 학벌도 안 보고요. 직업도 안 보고요. 키도 안 보고요. 얼굴도 안 봐요"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이 결정사에서 매칭이 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매니저는 너무 좋아했지.
나도 그 당시 알았다. 나처럼 아무것도 안 보고 딱 하나를 원하는 여자들이 결혼정보회사에 방문하면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저는 돈이요. 돈! 돈이 최고예요! 돈 많은 남자가 좋아요!!! 돈도로 돈돈돈~~!!"
그 당시에는 이혼한 남자여도 돈만 많으면 재취 자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공무원 생활에 지쳐 있었던 내게, 그때는 정말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거든.
그렇게 '돈! 돈!' 하던 내게 매칭된 프로필은 바로 모군이었다.
세 번째 남자, 모군.
듀오 이 놈들! 내가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
프로필을 보고선 '지역유지 공무원이 아니면 절대 만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역시 호랑이도 부르면 달려온다고 하더니. 듀오 이 놈들이 나를 찾았다.
(전화 괜찮으세요?)
매니저가 사정을 하더라. 제발 나가 주시면 안 되겠냐고. 모군을 가입시킬 때 내 이야기를 어필하면서 가입시킨 거라 제발 나가달라고.
듀오 생태계 간단하다. "매칭을 최대한 많이 시켜라!"
그래, 내가 이 먹이사슬 이용해 주겠어. 이게 바로 자본주의적 거래지.
"매니저님, 제가 매니저님 믿는 거 아시죠? 어련히 좋은 사람 넣어 주셨겠어요. 이번에 매니저님 부탁이니 나갈게요. 대신 다음번엔 진짜 좋은 프로필들 많이 부탁드려요"
(모군은 저의 남편일까요? 궁금하면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