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양말.
또 없다. 세탁만 하면 꼭 짝 없는 양말이 생긴다.
분명 세탁기에 넣을 때엔 짝이 꼭 맞았다. 건조기에도 남김없이 옮겨 심었다.
그런데 또 사라졌다. 이런 속도라면, 곧 짝 잃은 양말로 작은 산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짝 없는 양말이 늘 때마다, 신을 수 있는 양말은 하나씩 줄어든다.
한숨이 나온다. “돈도 이 속도로 생긴다면, 금방 부자가 되겠네”
다른 옷들과 양말은 정갈하게 접혀 제 집을 찾아가는데, 짝 잃은 양말만 덩그러니 남았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끝내 짝을 찾지 못한 양말을 집어 들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다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아.. 이번엔 진짜 버리기로 했잖아!” 탄식을 내뱉어보지만, 이번에도 말보다 발이 빨랐다.
내 옷장에는 미련으로 가득한 작은 서랍이 하나 있다.
어디선가 운 좋게 발견된 단추, 짝 잃은 양말, 트레이닝 바지에서 빠진 허리끈 등이 언젠가 쓰일 날만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서랍.
미련은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넘치기 직전이었지만, 먼저 넘친 것은 남편의 불만이었다.
”어차피 못 쓸 물건들인데, 이제 좀 비우면 어떨까? 마침 선글라스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고.”
몇 달을 기다렸지만, 양말은 끝내 홀로 남아있었고,
단추는 쓸 일이 생기지 않았으며
허리끈 없이도 바지를 입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남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신 말이 맞아. 이 서랍, 이제 비워야겠어 “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나눈 것이 바로 며칠 전인데!
나는 서랍을 비우기는커녕, 또다시 짝 잃은 양말을 손에 쥐고 그 서랍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내가 한심스러워 손에 쥔 양말을 한쪽에 던져놓곤 거칠게 서랍을 열었다.
‘필요도 없는 물건들.. 공간만 차지할 뿐이야. 다 버려버릴 거야 ‘
서랍 속 버려야 할 양말들과 눈이 마주친다.
밤색에 보라색 꽃이 수 놓인 양말은 남편과 데이트할 때 ’ 예쁘다-‘하며 샀던 것이었고, 반짝이 은색 양말은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도전했던 용기였다. 하얀색 바탕에 체리 무늬가 있는 양말은 아이가 ’ 체리, 체리’하며 좋아했던 추억이었다.
눈이 오는 날이면 꼭 검은색 니트 양말, 널 신고 그 위에 부츠를 신었지. 니트로 짠 양말 중에서 너만큼 부드럽고 따뜻한 양말은 없었어.
서랍 속 미련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밀려오는 미련에 잠겨버릴 것 같아 아무것도 손대지 못한 채, 서둘러 서랍을 닫는다.
내 마음에도 짝 잃은 양말이 산을 이뤘나 봐.
24. 10. 21.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