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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 Oct 25. 2024

연애랑은 거리가 멀어서요

나의 이야기

  예전부터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의문이 있다. "구와 내 전애인이 만나면 안돼?" 자극적인 썰이 매일같이 올라오는 커뮤니티나 여느 연예 프로그램에서 친구와 애인의 만남은 항상 높은 조회수를 보장한다. 전애인이 나와 헤어지고 친구를 만나든, 현 애인이 과거에 친구와 만났던 사이였든- 어느 쪽이든 많은 사람들이 달갑지 않게 여기더라.


  내게는 일어난 적 없는 일이지만, 종종 직접 목격을 한 적은 있다. 헤어진 애인의 친구와 사귀게 된 커플은 인간관계의 일방적인 '끊김'을 당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귀고 있는 도중 눈이 맞게 된 경우는 '기만'이라고 치지만, 헤어지면 어차피 남남 아닌가?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폐품 아티스트도 존재한다.


 사람이 세상에 날 때에 붉은 실로 엮인 인연이 있다는 말처럼, 나에게 맞지 않은 인연이 다른 이의 품에서 빛날 수도 있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이에 대한 독점욕과 소유욕에 도통 공감할 수 없던 나는 연애도 길게 가지 못했다. 혹자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다고 지적했지만, 진정한 사랑이 대체 뭘까?


 외모가 취향이고 호기심이 들게 하는 사람이 끌렸고, 그래서 그 사람을 알아가고자 했다. 그뿐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을 뿐인데, 연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나에게 맞춰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으로 여겨졌다. 서로의 기호와 취향을 공유하고 인지는 할 수 있어도 수긍하고 맞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여겼다. 바람피울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핀다는 신념처럼 상대방의 인간관계 역시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그 결과 헤어짐의 결말은 비슷했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짧은 만남 후 헤어짐의 후폭풍이 심할 리 없었다. 내가 상대방을 통제하려 들지 않은 만큼, 나 역시 간섭받기를 귀찮아했고 나는 여전히 나에게 제일 소중했다. 새로운 사람이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외로움을 탄 적이 없었고, 오래도록 나는 홀로 완전했다.


-대학원에 오기까지는.


내 세상이 온통 지도교수님으로 가득찼어.
내담자 분의 지도교수님에 대한 집착은 일반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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